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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선'이라는 사후약방문

이건율 사회부 기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발생 이튿날인 27일. 유일하게 생존했으나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된 직원을 찾아온 업체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연신 사과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회사 측의 사과에 피해자의 어머니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중환자실의 새하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여 답례했다. 여러 차례의 인사 끝에 피해자의 어머니는 회사 측에 차분하게 호소했다. “큰 회사니까 아이 하나 살리는 건 쉽지 않겠습니까. 제발 부탁합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과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화재 발생 후에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이틀 연속 합동분향소를 찾아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도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발생한 경기 평택 물류창고 화재 현장, 좀 더 멀리는 2020년 4월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 창고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있었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필수다. 당국은 27일부터 이틀간 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청 등을 포함한 40여 명의 합동감식반을 꾸려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도 명확한 발화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등 방재 시설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소방과 회사 측의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6월 실시한 소방 점검에서 회사 측이 받았던 24건의 지적 사항에 대한 시정 여부도 분명하지 않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하역장 앞의 1톤 화물차를 검식하는 데는 2주가 걸릴 예정이다.

회사와 당국은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해 피해자 가족의 슬픔을 덜어내야 한다. 화재로 사망한 7명 중 4명의 유가족이 장례 절차를 연기하고 있다. 사망한 이유도 모른 채 가족을 떠나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황망히 떠나보내는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회사와 당국의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신속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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