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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끊으려 정신병원 3곳 전전…평범한 일상서 행복 느끼는 법 배우죠"

<민간 마약치료센터 ‘경기도 다르크’ 가보니>

중독자 13명이 함께 생활하며 치료

센터장 '혼자 안되는 사람만 받는다"

환우공동체가 정상의 삶 찾기 도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경기도 다르크. 강동헌 기자




A(26)씨는 정신병원 3곳을 전전하다 경기도 다르크(DARC)에 왔다. 5년간 엑스터시·LSD·대마초·허브·코카인 등 안 해본 마약이 없었다. 주로 필로폰을 투약했다. 필로폰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는 망상이다. 조선족으로부터 마약을 공급받던 A씨는 중국인들이 자신을 헤치려 한다는 피해 망상이 자꾸 들었다. 결국 안부를 묻는 부모의 전화에 “짱X 새X야, 뒤질래?”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됐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4개월 동안은 밧줄로 포박당해 머리와 온몸을 폭행당하기 일쑤였다. 코끼리를 진정시킬 때 쓰인다는 일명 ‘코끼리 주사’도 밤낮으로 맞았다. 결국 제 발로 서 있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부모에게 사정해 겨우 다르크에 올 수 있었다.

B(25)씨는 잠자리 상대로 만난 여성에게 필로폰을 권유받으면서 처음 마약을 접했다. 강한 도파민을 잊지 못해 이후 5년간 중독 생활을 이어갔다. 처음 1~2년간은 괜찮겠지 싶었다. 결국 대학에서 4학기나 학사 경고를 받으면서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3번의 병원 입·퇴원에도 끊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당시 치료 과정은 ‘치료한다’ 보다 ‘참는다’에 가까웠다. 다르크에 온 지 11개월째. 그는 다음 달 퇴소를 앞두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민간 마약 재활 치료센터 경기도 다르크. 50평 남짓한 2층 단독주택 건물에는 13명의 마약 중독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마약에 빠져 산 지 40여년, 단약한 지 15년. 자신 역시 지독한 마약 중독자였다가 겨우 평범한 삶을 되찾은 김수현(가명) 다르크 센터장은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15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김 센터장은 국내 마약 재활 치료센터가 전무하다는 데 아쉬움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래서 일본과 미국의 재활 프로그램을 차용해 직접 다르크를 설립했다. 김 센터장은 “병원에서 이뤄지는 치료는 사실상 몸 안의 약을 빼는 디톡스 수준”이라며 “중독자들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에 초점을 둔 재활 치료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만, 바닥을 쳐본 사람들만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르크 역시 민간 후원으로 운영돼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마약 재활 치료센터는 수십 여 곳이 있지만 한국의 재활 센터는 3곳에 불과하다. 강동헌 기자


실제 법무부 지정 21개 병원 중 마약 전담 치료 시설을 갖춘 곳은 단 2곳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에 50여 곳 있는 종합 중독 치료센터 역시 마약보다는 알코올과 담배 중독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A씨는 “흔히 아는 정신의료기관은 전문적인 마약 치료 부서가 없어 그저 가둬놓는 수준이었다”며 “‘정신병자’라고 생각하고 대하니 치료가 될 리가 만무했다”고 말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운동하기, 사람들과 소통하기. 이곳의 일과 대부분은 운동과 전문가 교육을 받는 시간을 제외하면 다 같이 모여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의지를 다지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한순간의 호기심으로 일상이 무너졌다는 허망함은 겪어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한창 마약에 빠져 살 때는 그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어 마약을 끊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잘 못 느낀다”며 “그러다 돈 잃고, 친구 잃고, 가족까지 다 잃으면 그제야 인생이 바닥을 쳤다는 걸 깨닫고 절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입소자들은 이 같은 환우 공동체가 마약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B씨는 “마약 때문에 무너진 일상으로 인한 절망과 동시에 중독으로 밀려오는 갈망 같은 복잡하고 괴로운 감정들을 바깥 사람들과는 나눌 수 없었는데 여기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그런 것들을 나누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배고플 때, 외로울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약을 다시 하고 싶다는 갈망이 가장 심해지는데 서로 노하우도 공유하고 응원하면서 위로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적립하는 것도 중요한 치료 과정이다. A씨는 “갈망이 크게 올 때 참은 적이 있는데 그때 햇볕만 쬐도 즐겁고 마트에서 장만 봐도 행복했다"며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법을, 감사할 줄 아는 법을 몸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님이 웃는 모습을 몇 년 만에 처음 봤는데 남은 인생이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완치하는 게 현재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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