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빵, 치얼스”
5일 오후 중구 명동2가. 지난 2년간 관광객이 뚝 끊기며 공실률 50%에 달하던 명동 거리에 다시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거리 곳곳 노점에는 닭꼬치, 호떡, 탕후루 등을 파는 상인들이 익숙한 듯 각종 외국어로 말을 건넸고 와국인 관광객들은 옹기종기 모여 음식을 사먹었다. 텅 비었던 점포도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었다. 장사 준비를 마친 화장품 가게엔 호객꾼들이 관광객들을 잡아 끌었다. 길 한복판에 앉아 달고나를 팔던 70대 여성 김 모 씨는 “코로나로 아예 장사를 안 하다가 이번 추석쯤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며 “말레이시아, 미국, 동남아 곳곳에서 찾아온 관광객들 덕분에 장사가 좀 되니까 다른 집은 1000원에 팔던 달고나를 2000원으로 올려서 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빨간 불’이 켜졌던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이 외국인 관광객 덕분에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명동과 강남, 홍대가 대표적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9월 한 달 간 국내를 찾은 외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장소는 명동 중구였다. 홍대가 있는 마포구와 강남구 등이 뒤를 이었다. 낮에 명동에서 쇼핑을 하다가 해가 지면 강남과 홍대로 넘어가 주점과 유흥업소 등에서 한국의 밤 문화를 즐겼다는 얘기다. 미국인 데이빗(29)씨는 “관광에 편리하다고 판단해 숙소를 홍대에 잡는 사람이 많다”며 “낮에 다른 곳을 구경하고 돌아와도 가게나 주점이 늦게까지 문을 열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8월 한 달 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약 32만 명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8월 약 159만 명과 비교했을 때 20% 수준이다.
이는 중국인 여행객 유입이 차단된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해외에 나갔다가 돌아온 경우, 10일 동안 격리시키는 방역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9만 3000여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약 600만 명에 달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약 1.5% 수준이다. 명동에서 10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 모(58) 씨는 “거리에 사람 한 명 없이 썰렁해서 귀신이 나올 것 같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황이 좀 낫다”면서도 “중국인들이 들어와야 본격적으로 활기가 돌 것 같다”고 귀띔했다.
중국인의 빈 자리는 미국과 일본, 싱가폴 관광객이 채우고 있었다. 명동 관광안내소 직원은 “올해 초반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많이 늘었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며 “중국인이 줄어든 대신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는데 최근에는 일본에서 코로나19 규제가 풀리면서 일본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명동에서 만난 카페 아르바이트생 이 모(22) 씨 역시 “찾아오는 관광객 중 아시아 계열은 35% 정도”라며 “나머지는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오고 있다”고 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한 영향도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강남을 찾은 미국인 케일라(21)는 “환율 영향으로 달러를 환전할 때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한국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면서 “BTS 굿즈를 사러 왔는데 무엇을 고르든 글로벌 가격보다 싸다”고 말했다. 싱가폴에서 온 20대 여성 엘린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을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한식을 좋아해 싱가폴에서도 코리아 바베큐를 종종 먹었는데 가격이 50달러가 넘었다”며 “한국에서는 절반 가격에 떡볶이와 바베큐를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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