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탁 명목으로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근 정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 기한을 연장하면서 향후 수사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실제 청탁이 있었는지 또 이에 따른 자금이 제3자에게 흘러갔는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 칼날이 당시 ‘보이지 않는 손’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지난 6일 이씨에 대한 구속 기한을 오는 19일까지 연장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찰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구속기한은 체포기간을 포함해 10일이다. 검사는 법원 허가를 받아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씨가 지난달 30일 구속돼 1차 구속 기한은 10일까지다. 하지만 10일이 휴일이라 검찰은 미리 이씨에 대한 구속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씨에 대한 구속 수사가 가능한 오는 19일까지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가 실제 청탁을 했는지 또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부·공공기관 등 관계자에 대한 무더기 소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청탁 명목으로 받은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검찰이 수사 중이라 소환 범위는 더 확대될 수 있다. 11일부터 16일까지가 이씨를 겨냥한 검찰 수사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기간 수사에 따라 수사 칼날이 어느 선까지 향할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100억원대 정부 에너지 기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 공공기관 납품, 한국남부발전 임직원 승진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 등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십회에 걸쳐 9얼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21대 국회의원 선가 있던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박씨로부터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하지만 이씨는 ‘단순히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다. 또 박씨 주장 외에 의혹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19일까지는 이씨를 기소해야 하는 만큼 검찰은 연휴 이후 참고인·관계자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이씨 영장 청구서에 담긴 범죄사실만 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소환 범위가 더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그가 실제 정치권 실세를 등에 업고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는지”라며 “이씨가 ‘정치인 ○○○의 측근이다’거나 ‘검찰이 윗선에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해 추적 중’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어 앞으로 수사 범위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 본부장을, 20대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 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2016·2020년 총선과 올해 3월 보궐선거에서는 서울 서초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어 검찰 칼날이 전·현직 야당 유력 정치인들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에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과 연이은 소환 조사를 통해 이른바 이씨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마친 검찰이 수사를 한층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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