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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또 미사일…9·19 합의 파기 수순, '화염과 분노' 재현되나

北, 지난 6일 이어 또 미사일 발사 도발

8월 1회, 9월 3회인데 10월 벌써 4회

핵실험 땐 9·19 합의 파기, 긴장감 고조

與 “핵실험 땐 마땅히 9·19합의 파기”

북한이 이틀 만에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6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9일 동해상으로 미사일 2발을 또 발사했다. 지난 6일에 이어 사흘 만에 무력 도발이다. 이달에만 네 차례 미사일을 쏜 북한이 곧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경우 9·19 군사합의는 파기되고 한반도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시48분께부터 1시58분께까지 북한 강원도 문천(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발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한 해상 연합기동훈련 종료 이후에 감행됐다. 특히 북한은 노동당 창건 77주년 창건일(10일)을 하루 앞두고 심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이 발사된 문천은 해군기지가 있는 곳이다. 북한이 발사 시간과 장소를 다양하게 선택해 타격목표에 따라 맞춤형 발사능력을 가졌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북한 미사일 도발 관련 내용을 즉시 보고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北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 미사일 발사
8월 1회, 9월 3회, 北 도발 빈도 높아져
ICBM·핵실험 명분 쌓기 연쇄도발 해석


한미 군 당국은 지난 5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연합뉴스


주목할 부분은 짧아지고 있는 북한의 군사도발 간격이다. 북한은 지난 8월에는 한 차례(17일, 순항미사일 추정 2발), 9월에는 25일과 28일, 29일 세 차례 SRBM 도발을 했다.

10월 들어서는 이날까지 벌써 네 차례다. 북한은 1일 오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일본 상공을 넘어 4500㎞를 날아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또 6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종을 섞어 쏘고, 군용기 편대군 시위비행과 공대지 사격훈련이란 카드까지 꺼냈다. 북한군이 최근 1년 이상 이런 형태의 편대군 비행을 벌인 적이 없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주고받기식 무력 시위를 멈추기 위해 숨고르기에 돌입했다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새벽 다시 두 발을 발사하며 군사적 위협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북한은 무력 도발을 원인을 강화되고 있는 한미동맹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8일 국가항공총국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오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들로부터 나라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이고 계획적인 자위적 조치"라고 밝혔다. 최근 이어지는 무력시위가 항모 출동과 연합훈련 탓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이날 다시 도발을 감행하면서 ICBM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가 막바지에 다달았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핵실험 땐 9·19 군사합의 휴짓조각
與 “핵실험 땐 마땅히 9·19합의 파기”
尹 “다양한 채널 가동, 대응방안 준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현안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파기 수순에 돌입할 전망이다.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했다.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기로 한다’고 선언했다. 만약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9·19 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국내적으로도 우리만 9·19 합의를 지키기보다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부터 나서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파기를 통해 더 강한 대북억지력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9·19 군사합의를 파기할 경우 우리 군의 최전방 유·무인기 비행구역과 동·서해상 실사격 훈련 구역이 확대돼 대북 감시 정찰 역량과 대북억지 화력을 지금보다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4일 일본 열도를 넘어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한미 군 당국은 도발 10시간 만에 F-15K와 F-16 전투기를 투입해 공격편대군 비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같은 날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9·19 군사합의 파기에 대해 "최근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만약에 이런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로서도 여러 가지 옵션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윤 대통령이 직접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북한의 잇단 군사도발로 합의 자체가 유명무실화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이에 대해 “다양한 채널들을 가동해서 거기에 대한 대응방안을 아주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 9·19 합의 파기가 현실화되면 군사적 완충장치가 사라지고 군사적 대치 상황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거론한 사례가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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