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가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 수준을 격상하고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기후변화 대응 및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 증진에 협력하기로 했다. 2004년 ‘포괄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은 지 18년 만이다. 특히 양국이 리튬 등 전략 광물 핵심 광물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북미 지역 전기차 최종 조립을 전제로 대당 최소 3750달러(약 538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해외 순방에서 캐나다와 포괄적 광물 협약을 끌어낸 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정부의 광물 외교 성과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련 기사 9월 20일자 1·2면
중남미 3개국을 순방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현지 시간) 첫 순방지인 칠레 산티아고의 모네다궁(대통령궁)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면담하고 ‘지속 가능한 광업 및 밸류체인 협력’을 비롯해 ‘농협 과학기술협력’ ‘한-칠레 민주적 대화’ 등 MOU 3건을 체결했다.
한 총리는 MOU 체결 직후 한국 취재진을 만나 “광물 협력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굉장히 필요하다”며 “IRA 대응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칠레와의 핵심 광물 협력 강화를 통해 IRA 세액공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칠레 정부가 리튬을 생산·개발·활용·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리튬 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MOU를 계기로 한국광해광물공단이 리튬 공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IRA로 인해 앞으로 국산차가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2023년 40%→2027년 80%) 채굴·가공된 핵심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세계 2위 광물 자원국인 캐나다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한 총리 역시 중남미 광물 외교를 이어가면서 우리 자동차 업계로서는 IRA 충격을 어느 정도 회피할 여지를 확보하게 됐다. 한 총리의 이번 광물 자원 외교 행보로 중국산에 의존했던 우리 기업들의 원자재 및 소재 출처 다변화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칠레는 이번 MOU를 계기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기술 연구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인권 등 분야에 대한 민관 협의체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2004년 체결된 한·칠레 FTA 개선 협상도 연내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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