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가 사명을 변경한 지 1년 만에 차세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 ‘퀘스트 프로’를 내놓고 혼합현실(MR) 플랫폼 선점에 나섰다. 다만 가격이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14 프로 맥스를 웃돌자 흥행 여부를 두고 시장의 반응이 싸늘한 모양새다.
11일(현지 시간) 메타는 리얼리티랩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진행한 연례 행사인 ‘커넥트 2022’를 열고 현실과 가상 세계를 오가는 MR 구현이 가능하도록 현실감을 대폭 강화한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가격은 1499달러(약 215만원)로 책정됐으며 국내 출시가는 219만원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컴퓨팅 플랫폼의 역할을 구축하는 데 메타가 앞장서고 있다”며 “이번에 내놓은 퀘스트 프로는 메타의 첫 작업용 VR 기기"라고 강조했다.
퀘스트 프로는 2020년 출시한 엔터테인먼트용의 퀘스트2와 달리 전문가용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헤드셋 내부에 탑재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 및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추적해 이를 아바타에 즉각 반영한다. 이용자가 헤드셋을 낀 채 눈을 깜빡이고 코를 찡긋하거나 눈썹을 치켜 올리면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서 아바타가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형태다. 다만 5개의 센서가 입술을 깨물거나 혀를 내밀거나 하는 행동은 감지하지 못한다.
기존에 흑백 화면이 펼쳐졌던 것과 달리 완전한 색감을 구현해 현실감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풀컬러 구현은 VR 단계에서 MR 단계로 진화하는 데 중요한 선결 과제로 꼽힌 만큼 큰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이용자의 눈에 현실 세계의 색감이 구현되다 보니 벽에 가상의 그림을 걸고 평행을 맞춰 액자에 못을 박는 등의 행동도 가능해진다. 책상 위에 가상의 도면을 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설계를 할 수 있다. 동시에 렌즈 두께를 40% 가량 줄여 휴대성을 높이고 눈에 피로감을 낮췄다. 주변 시야는 넓어졌고 눈 하나 당 1800X1920 픽셀의 LCD 패널을 장착해 메타버스 내 인간이 인식하는 사물이 더욱 선명해졌다. 명암비 또한 75% 개선됐다. 무게는 전작(500g)보다 무거워졌지만 이용자가 체감하는 무게는 더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고 화상 회의 팀즈, 생산성 도구 오피스는 물론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까지 퀘스트 프로로 가져왔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원하는 대로 완벽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조건을 갖출 수 있다”며 “매년 2억여대의 새로운 PC를 구입하는 이들이 대신 VR에서 일을 하는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성능은 크게 개선됐지만 가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퀘스트2가 가격 인상 전 299달러에 출시됐던 것과 대비하면 가격이 5배 수준에 달한다. 기존에 800~1000달러로 전망됐던 가격대는 물론 심리적 마지노선인 ‘아이폰14 프로 맥스 512GB(1399달러)’도 넘겼다. 아직 헤드셋을 엔터테인먼트용으로 바라보는 이용자들을 유인하기에는 가격대가 터무니 없이 높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퀘스트 프로 가격은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와 퀘스트2를 합친 것 만큼 비싸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성능도 여전한 한계로 꼽힌다. 내장형 배터리의 경우 충전 시 지속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해 작업용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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