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9월까지 이뤄진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계약 가운데 7%는 2년 전보다 전세가격이 떨어져 ‘역전세’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지·평형별 올해 평균 전세 보증금을 2년 전 평균과 비교한 결과로, 역전세가 발생한 전세 계약은 보증금이 평균 8000만여 원 하락했습니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당분간 역전세 및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 신규 계약 7%는 역전세=15일 서울경제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올 1~9월 서울 아파트의 단지·평형별 신규 전세 계약 평균 보증금과 2020년 1~9월 동일 단지·평형별 평균 보증금을 비교한 결과 8334건의 전세 계약 중 551건(7%)이 2년 전에 비해 보증금이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51건의 평균 보증금은 2년 전보다 평균 8262만 원 내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전세가격이 3억 원 이상 하락한 계약도 32건에 달했습니다.
이는 올해 서울 신규 전세 계약(3만 5316건)의 전세 보증금을 동일 단지 내 평형별로 평균을 낸 1만 538건과 2년 전의 전세 계약을 같은 방식으로 평균 낸 1만 6445건을 비교한 후 동일 단지·평형 8334건을 추출해 집계한 수치입니다. 신규 전세 계약만 대상으로 한 것이며 전세 시세와 괴리가 있는 갱신·미정 거래나 반전세·월세 계약은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다만 올해 전세 계약의 경우 거래 당사자가 특수관계인이거나 반전세·월세 등 이면 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년 전보다 보증금이 낮아진 전세 계약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이뤄졌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방배아트힐(1008-2)’ 전용 174.5㎡의 경우 2년 전 평균 보증금이 11억 3500만 원이었으나 올해 5월에는 7억 80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전세가격이 2년 새 3억 5500만 원 하락한 것입니다.
서대문구 홍제동 ‘금호어울림’ 전용 59.9138㎡는 2년 전에 비해 평균 보증금이 8581만 원 내렸습니다. 해당 평형은 올 들어 3월 2억 6000만 원(4층), 6월 2억 5539만 원(6층), 7월 2억 5593만 원(3층)에 신규 전세 계약이 이뤄져 평균 보증금은 2억 5711만 원 수준을 보였습니다. 반면 2020년 3월에는 4억 500만 원(13층), 3억 8000만 원(10층), 4월에는 2억 4375만 원(3층)에 전세 계약서를 써 평균 보증금은 3억 4292만 원이었습니다.
◇금리 인상에 전세가 하락세 가팔라져=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 1월 31일(-0.02%) 하락 전환한 뒤 36주 연속 하락·보합을 반복하며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0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22% 내려 2019년 2월 18일(-0.22%)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가 반전세·월세로 이동한 영향이 큽니다. 부동산원은 “임차인들의 갱신 계약, 월세, 반전세 선호 현상으로 전세 매물 적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우려로 신규 전세 매물의 가격 하향 조정이 꾸준히 진행되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 한파도 심화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기준 13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4만 4469건으로 1년 전인 2021년 10월 13일의 2만 5105건보다 77.1% 늘어났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가운데 추가 인상을 예고한 만큼 역전세 및 전세의 월세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어 임차인들은 이자 비용과 월세 비용을 비교해가며 선택할 것”이라며 “표본이 크지 않아 일반화 하긴 어렵지만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되고 있어 전세 부담 상한선이 월세 비용과 유사해질 때까지 월세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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