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예상보다 빠르게 폭발할 조짐이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며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정국의 새 불씨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맹공을 퍼부으며 여론 주도권 확보와 지지율 반등 계기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대표도 지지 않고 ‘특검 카드’로 결백을 호소하는 한편 윤석열 대통령에게 역공을 가하며 여야 모두 총력 태세다. 온라인 상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크게 뒷걸음질 치는 등 민심도 출렁이고 있다.
대선자금 의혹 수사 본격화…검색량 이재명 > 尹
22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10월 셋째주(10월 17~21일) 이재명 대표의 평균 검색량지수은 14.4를 기록해 윤석열 대통령(10.0)을 웃돌았다. 네이버 검색량 지수는 특정 기간 내 최대 검색 기록을 100으로 잡고 해당 기간 내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비속어 논란이 터진 9월 22일 최대치를 찍은 이후 줄곧 검색량에서 이 대표를 앞서왔지만 이달 19일을 기점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19일은 김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김 부원장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위해 민주당 중앙당사에 검찰이 진입을 시도했던 날이다. 이달 17일 이 대표의 검색량지수는 6.3으로 윤 대통령(9.7)에 못 미쳤지만, 21일 이 대표는 27.7을 기록해 윤 대통령(10.6)의 3배에 육박했다.
李 연관어, 체포·불법자금 등 부정어로 물갈이
빅데이터 서비스 업체인 썸트렌드에서도 이 같은 동향이 관찰됐다. 이번주 SNS상 이 대표의 언급량은 총 3만 2000여 건으로 윤 대통령(2만 2990여건)보다 40% 가량 많았다.
온라인 상에서 이 대표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크게 덧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이 대표의 SNS 주요 연관어 상위 5개는 △혐의 △의혹 △체포 △범죄 △불법자금으로, 모두 범죄와 관련된 부정적 단어들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연관어에도 ‘이재명’이 6단계 상승해 5위에 올랐고, ‘검찰’과 ‘수사’가 새롭게 부상했다.
고조되는 李리스크…김용 구속, 수사 탄력받나
야권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에게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8억 4700만 원의 정치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한다. 김 부원장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의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했던 만큼, 이 돈들이 대선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특히 이날 새벽(오전 0시 45분께) 서울중앙지법이 김 부원장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 ‘보복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면서 정치적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수사는 자금의 사용 용처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대선 자금에 유입됐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이 대표가 수사 대상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다.
다만 이 대표는 측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고 밝혔고, 이 대표도 “불법 대선자금은 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도 없다”며 검찰의 조작까지 감행하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가팔라지는 여야 대치…'이재명 공세' 고삐죄는 與
이번 대치 정국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전일 여당에 ‘대장동 특별검사제’ 제안하며 의혹을 털겠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수사에 참여했던 2011년 부산 저축은행 수사 의혹 등도 특검에서 다뤄야 한다고 조건을 달며 역공도 놓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물귀신 작전’ ‘시간 끌기 전술’이라며 제안을 즉각 거부했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의 힘을 통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유례 없이 낮은 집권 1년차 지지율에도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여당은 이번 사태로 집토끼를 결집시키고 여론전에서 우위 선점을 바라는 모습이다. 여당은 지난 6개월 간 △이준석 전 대표와 친윤계의 내홍 △가처분 인용으로 인한 지도부 붕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 △차기 전당대회 조기 과열 및 전국 당협 당무감사 반발 등 최근까지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시작된 검은돈의 흐름이 이 대표의 분신인 김 부원장에게 흘러 들어간 경위가 만천하에 알려졌다”며 “이 대표는 이제 방탄막이에서 나와 검찰 수사에 전향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율 5%p 하락…불안한 야권
여론 지형도 꿈틀대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이달 18∼20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3%로 동률을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했지만, 민주당은 5%포인트나 하락했다. 여론조사 기간이 김 부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리면서 대선 자금 의혹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지지율은 5주 연속 20%대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은 27%,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5%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무선(90%)·유선(1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1%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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