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조시키려는 북한의 도발 양상이 점점 다변화하고 대범해지고 있다. 최근 육상과 공중에서의 무력시위로 우리 측을 자극하더니 이번에는 상선을 동원해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적반하장식으로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일종의 다연장포)를 쏘는 지경에 이르렀다.
2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의 5000톤급 상선 ‘무포호’가 이날 오전 3시 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 약 27㎞ 해상에서 NLL을 침범했다. 무포호는 우리 군의 1차 경고 방송을 무시하고 NLL을 넘어 남쪽 3.3㎞까지 내려왔다. 우리 군은 2차 경고 방송과 두 차례의 경고사격(M60 기관총 총 20발)을 실시했다. 이에 무포호는 2차 경고사격 이후인 오전 4시 20분 무렵 항로를 바꿔 NLL 쪽으로 북상했다. 이어서 북한은 당일 오전 5시 14분부터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 10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무포호가 조난이나 기관 고장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NLL을 ‘월선’한 것이 아니라 NLL 무력화와 같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침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향후 NLL 무력화를 시도하고 한층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리 군은 분석 중이다.
우리 해군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육공군 및 해경, 미군 전력과 함께 대규모 서해 합동훈련에 돌입했다. 해군 한미 연합·합동 전력은 이번 훈련에서 특수전부대를 태우고 서북 도서 및 서해안으로 고속 침투하는 적의 공기부양정 등 침투 전력을 신속하게 탐지·격멸하는 해상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을 실시한다. 이를 포함해 NLL 국지 도발 대응, 해양 차단 작전 등을 훈련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북측은 적반하장식 주장을 하며 우리 측에 도발 책임을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발표를 통해 “오늘 새벽 3시 50분께 남조선 괴뢰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하여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 적정이 제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은 NLL로부터 남쪽으로 최대 약 6㎞에 이르는 지점을 해상군사분계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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