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1년 8개월 만에 6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또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에서 4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이은 금리 인상이 전세 수요를 감소시켜 전셋값을 낮추고 전월세 전환율 상승을 이끄는 등 임대차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모습이다.
25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가격은 5억 9966만 원으로 지난달(6억 658만 원) 대비 692만 원(1.14%)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6억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5억 9739만 원)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중위가격은 조사 표본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장 중앙에 위치한 가격이다. 평균 가격이 초저가 주택이나 초고가 주택 등의 값에 크게 영향을 받는 반면 중위가격은 이 같은 특이 값에 좌우되지 않아 시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가격은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2월 사상 처음으로 6억 원을 돌파한 후 지난해 9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6억 2680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전세자금대출 중단 사태가 터지며 6억 216만 원으로 소폭 하락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 들어 5억 원대로 주저앉게 됐다. 한강 이북 14개 구 아파트 중위 전세 가격은 이달 5억 3188만 원을 기록해 지난달(5억 3437만 원) 대비 0.47% 빠졌으며 같은 기간 한강 이남 11개 구 아파트의 중위 전셋값은 6억 8755만 원에서 6억 7675만 원으로 1.57% 떨어졌다.
한편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연 환산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은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3.28%를 기록해 지난달(3.24%)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4.05→4.12%)와 인천(4.59→4.65%)에서 모두 전월세 전환율이 올랐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해 전세 수요는 줄고 월세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아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사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라며 “전월세 전환율이 금리 수준을 따라가기 전까지 전세 기피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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