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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없는 현실

■ 바이오부 안경진 기자


“흉부외과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상황입니다. 선천성 심장병을 수술하는 소아심장 분야는 사실상 멸종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김웅한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지난달 말 ‘필수의료,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10년 동안 얘기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며 이 같이 한탄했다. 올해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23명, 전체 정원의 35%에 불과하다. 고령화로 흉부외과 수술 수요는 늘어나는데 정작 집도할 의사는 매년 줄고 있다. 1~4년 차 흉부외과 전공의를 모두 채운 병원은 전국 5곳에 불과하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회원 1535명 중 50대 이상이 707명(60.8%)으로 내후년부터 은퇴 전문의 수가 배출 전문의 수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의사가 없어 한국에서 심장수술을 못 받는 날이 머지않았다.

흉부외과를 비롯해 줄곧 외면당하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은 지난 여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을 받지 못해 숨진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공론장에 던져졌다. 관련 기사에 달린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의 댓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방 교수는 “빅5 병원조차 뇌혈관외과 교수는 기껏해야 2~3명이 전부”라며 “아산병원도 달랑 교수 2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는데 과연 국민 중 몇 퍼센트가 50세를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쳐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냈다.

흉부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은 고강도 업무와 저출산에 따른 환자 수 감소로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의료사고 분쟁 부담도 기피 원인으로 꼽힌다. 진료과 특성상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나 고난도 수술이 많아 의료 소송에 휘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확보한 전공의가 중도 포기하거나 개원 후 전공과 무관한 진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과 같이 의사 수를 늘리는 단편적 조치가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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