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 미작용 의문사'가 발생한지 40일이 지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란 정부 인사와 기관을 재차 제재했다.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6일(현지시간) 시위대에 대한 탄압과 인터넷 검열을 이유로 이란의 관리 10명과 2개 단체를 제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명단엔 정치범이 수감되는 에빈 감옥을 운영하는 헤다얏 파자디, 혁명수비대(IRGC) 정보 간부 모하마드 가제미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 모든 거래도 중단된다.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이란 국민들이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어가는 평화 시위를 지지할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며 "탄압에 관여하는 이란의 개인과 단체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OFAC 지난달 22일과 이달 초에도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풍속 단속 경찰)과 정부 관리 등을 제재한 바 있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 40일을 기념한 대규모 시위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란엔 망자의 영혼이 사망 40일째 되는 날 돌아온다고 믿고 추모 행사를 여는 문화가 있다. 아미니의 고향인 사케즈에서는 1만 명의 시위대가 아미니의 무덤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히잡을 벗고 흔들었다. 반정부 매체 ISNA는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총탄 등을 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 이스파한, 마샤드 등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잇따랐다.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16일 숨졌다. 이 사건으로 이란에서는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촉발돼 파장이 이어지는 중이다. 사법부는 지난달 반정부 시위 시작 이후 폭력 행위 등을 이유로 1000명 이상을 기소했다고 밝혔으며,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HIR)는 최소 200명이 시위로 인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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