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이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일종의 해상 사열식)에 참석한다. 김대중(DJ) 대통령이 물꼬를 텄음에도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이후 7년 만이다. 일본 자위함기(욱일기와 비슷한 모양의 자위대 함대 깃발) 게양 논란이 남아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핵 위협에 맞선 한일 안보 협력 복원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이번 관함식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및 해군은 올 11월 6일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만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에 우리 해군 함정을 보내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일본은 1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태평양 우방국 해군에 관함식 초청장을 보냈고 정부와 군 당국은 장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국방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과거 일본 주관 국제 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두 차례 참가했던 점, 국제 관함식과 관련한 국제 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볼 때 우리 해군의 이번 국제 관함식 참가가 가지는 안보상의 함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해군은 이번 관함식에 전투함 대신 1만 톤급의 해군 최신예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을 보내기로 했다. 북한 도발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소양함은 다음 달 6일 국제 관함식 본행사에 참여한 후 참가국 함정들과 7일까지 인도주의적 해상재난구조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관함식은 원래 군 통수권자가 해군 장병들을 사열하며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동맹 및 우방국 해군 간 국제 교류 행사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우리 해군도 단독 관함식에서 벗어나 1998년부터는 10년마다 국제 관함식을 열었다. 일본은 김대중 정부 및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1998년과 2008년 우리 해군 관함식에 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자위함기를 달고 왔지만 김대중·이명박 정부는 용인했고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직접 사열까지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에는 관함식은 아니었지만 일본 해상자위대 연습함대 가시마함이 친선 차원에서 인천항에 자위함기를 걸고 입항했는데 당시 김용환 인천해역방어사령관이 승선해 사열하기도 했다. 욱일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
우리 해군 역시 2002년(김대중 정부) 및 2015년(박근혜 정부)에 일본 관함식에 초청을 받았다. 당시에도 해상자위대는 자위함기를 게양했으나 우리 측은 대승적 교류 차원에서 참가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는 우리 관함식에 대한 해상자위대의 참석이 불발됐다.
우리 군은 이번 참가 결정 과정에서 자위함기 문제를 숙고했다. 그 결과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함정에 예우를 표하는 등 자위함기를 국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정서상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국제 관례에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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