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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주택부문 우수상 ‘워킹인써클’

걸음 끝에 마주한 회색빛 쉼의 공간

바람·빛·그림자 품은 진입로 배치

'ㄷ자' 구조로 독립된 주거공간 확보

워킹인써클 전경.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져 전원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사진작가=박영채




여행은 비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지친 일상의 삶을 치유·회복하는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내딛는 걸음걸음이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와 하나의 여정이 된다. 경북 청도군 ‘워킹인써클(Walking in Circles)’이 그 주인공이다.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워킹인써클은 여행객들이 머물며 쉬는 공간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물은 복숭아 나무 밭이 펼쳐진 전원 풍경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 도착한 뒤 철로 된 대문을 열면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통로가 길게 뻗어져 있다. 통로 위로는 콘크리트 루버가 덮고 있는데, 여행객들이 걸음마다 달라지는 바람 소리와 빛, 그림자를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건물은 ‘ㄷ자’ 구조로 설계됐다. 정중앙에 공용 공간인 주방 겸 거실을 두고 양쪽으로는 독립된 주거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공용 공간 정면으로는 여행객들이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중정을 확보했다. 설계를 맡은 김건철 스마트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건물이 대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프라이빗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두 가족이 이곳을 찾더라도 서로 불편하지 않도록 건물 양쪽으로 본채와 별채를 분리한 ‘채 나눔’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워킹인써클 내부 어디에서도 외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통창을 설치했다. 여행객을 압도하는 풍경을 담고 있진 않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온전히 비워지는 하루를 경험하는 쉼의 공간이 된다.

권연하 심사위원은 “미니멀한 박스에 노출 콘크리트로 경계를 삼고 박스 안에 최소한의 주거 공간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정원과 외부 공간으로 활용한 주거 건축 기법은 높게 평가된다”며 “간결한 디자인에 세련된 마감은 주거 공간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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