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계신 부모님이 전화기만 붙들고 있습니다. 아이 소식만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150여 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다친 가운데 가족과 지인을 찾는 실종자 신고도 계속 늘고 있다.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애타는 마음으로 실종자와 연락이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접수된 실종 건수는 4149건에 달한다.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1시간 동안 78건이 추가로 접수됐다. 서울시와 경찰청에서도 따로 신고 접수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로 실종된 가족·지인을 찾는 이들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인명 피해에 용산구청 직원들은 전원 출근해 비상근무를 서고 있다.
이날 오전 한남동 주민센터 지하 1층 대강당에 마련된 대기실에는 실종자의 지인과 가족 등 25여 명이 모여 있었다. 한쪽 벽면에 적십자 구호물품이 쌓인 강당에는 훌쩍이는 울음소리와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터져나오는 울음을 간신히 삼키며 대기실을 빠져나가는 가족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민센터 밖을 나서면서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실종된 30대 초반 여성을 찾기 위해 한남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조 모(43) 씨는 “중국에 있는 부모님을 대신해 고모인 내가 실종 신고를 했다”며 “아침에 조카 핸드폰으로 계속 연락을 하다가 휴대폰을 습득한 경찰과 연락이 닿아 실종 신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과 이태원에 간다기에 잘 놀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사고가 발생한 줄은 정말 몰랐다”며 “중국에 계신 (실종자의) 부모님은 아이 소식만 기다리고 있다. 그 심정은 말로 표현을 못하고…전화기만 붙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자녀가 무사히 생존해 있기를 기도했지만 끝내 전해진 사망 소식에 무너지듯 오열하는 이들도 있었다. 실종 가족의 사망 소식을 확인한 뒤 ‘시신을 옮길 수 있느냐’는 문의도 잇따랐다.
32세 조카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해복(65) 씨는 “어젯밤 이태원 행사에 간다고 전화한 후부터 어느 순간 연락이 안 돼 경찰이며, 병원에 수소문을 하다 평택의 한 병원에 조카의 시신이 있다는 소식을 접해 지금 그쪽으로 가려고 한다”며 “나는 지인이 경찰이라 수소문해 간신히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일반사람들은 상황이 어떤지 아예 확인이 어렵다. 어느 병원에 누가 있는지 빨리 명단이 공개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연락이 끊긴 26세 딸을 찾는 김 모 씨는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평소에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공부만 열심히 하던 딸이었는데, 혹시나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지 너무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압사 사망자에는 군인과 군무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장병과 군무원 총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쳐 군병원 및 민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외국인 사망자도 14개국 26명(국적 미파악 1명 포함)으로 집계됐다. 국적은 이란·우즈베키스탄·중국·노르웨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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