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에 대한 재산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김 부원장과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겨냥한 수사에 앞서 김 부원장에 대한 ‘혐의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최근 경기도에 김 부원장 등에 대한 재산 내역 신고 현황 자료를 요청해 확보했다. 아울러 김 부원장 등에 대한 대대적 계좌 추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는 검찰이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동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 부원장으로 이어지는 정치자금의 출처를 확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김 부원장 요청에 따라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자금 대부분이 지인 등으로부터 빌린 돈인 것으로 파악하고 해당 자금이 전달된 장소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이에서 오고 간 돈의 출처는 물론 전달 장소까지 확인한 만큼 해당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파악하기 위해 재산 내역 확보와 계좌 추적에 나선 셈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불법 정치자금을 둘러싼 증언·증거 등을 확보한 후 다음 수사는 관련한 돈이 누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라며 “김 부원장이 해당 자금을 본인이 썼는지 또는 누구에게 전달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20대 대선 후보 경선 예비 후보 등록 시점을 전후한 2014년 4~8월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8억 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른바 ‘8억 메모’와 차량 출입 내역, 돈 전달에 쓰인 종이 박스 등 증거·증언을 대거 확보했다.
또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휴대폰 클라우드 비밀번호도 넘겨받았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검찰 압수 수색 전에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폰과 연계된 클라우드다. 휴대폰 속 텔레그램에는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무방’ 외에도 경기도 산하 기관장 등 ‘이너서클’ 멤버들이 참여한 대화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확보한 증거·증언을 토대로 김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다음 타깃은 정 실장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정 실장이 김 부원장과 함께 이 대표의 ‘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실장에 대한 소환 조사와 압수 수색 등을 시작으로 수사 방향을 자금 사용처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부원장이 이른바 ‘대장동팀’에 자금을 요구한 지난해 초 희망사다리포럼·희망22포럼 등 이 대표 지지 모임이 연이어 발족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서울의 한 유흥 주점에서 정 실장, 김 부원장과 술을 마셨고 술값을 남 변호사가 대신 냈다는 진술을 토대로 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 시한 만료가 7일가량 남은 만큼 향후 불법 정치자금은 물론 사용처, 접대 의혹까지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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