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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서 처음 CPR 해본 스페인 여성 "내 앞에서 2명 숨져"

"대부분 숨을 이미 쉬고 있지 않아…트라우마"

지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은 외국인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밤 핼러윈 축제를 맞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10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시 피해자 구조를 도운 한 외국인 여성이 참담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사고 당시 이태원을 찾았던 스페인 국적의 아나(24)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아나는 독일 국적 친구 멜리사(19)와 함께 사고 현장 근처 술집에 있다가 오후 11시가 되자 나오려고 했다. 그들은 앰뷸런스가 들어오고 경찰이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사망자와 부상자를 옮기기 위해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아나는 “(다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보통 사람들도 심폐소생술을 하기 위해 뛰어들어야 했다”며 “우리도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친구 2명이 있어 도와주기 위해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잠시 후 친구들이 충격받아 울면서 돌아왔다”며 “친구들이 5~6명을 구하려고 했는데 모두 숨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나는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모르지만, 나도 2명의 여성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며 심폐소생술을 위해 부상자의 머리를 잡고 입을 벌리라는 주변 사람들의 지시를 따랐다고 했다.

그러나 아나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던 여성들은 이내 모두 숨졌다. 아나는 “도우려고 했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목숨을 잃었다”며 “심폐소생술을 받기 위해 옮겨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아 사람들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것이 주요한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해 이날 정오 기준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참사 다음 날인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밤 24시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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