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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전 5분…서로 뺨 때리며 버텼다"

[아비규환 속 생존자 증언]

몸 깔린지 1시간 넘자 곳곳 혼절

옆사람끼리 "버티면 살 수 있다"

팔 치워주며 숨 쉴 공간 만들어

1일 서울 용산 원효로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 센터에 현장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신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구조 직전 마지막 5분은 다들 버티기 힘들었는지 혼절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서로 뺨을 때리고 정신을 깨워주며 버텼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들은 1시간 이상 서로 의지하며 구조를 기다렸다. 사람이 겹겹이 깔린 아비규환 속에서도 이들은 뒤에서 앞으로 구조 상황을 전달했고 “조금만 더 버티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구조 전 마지막 5분. 아무리 버텨도 혼절하는 사람이 속출하자 생존자들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옆 사람의 뺨을 때리며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다.

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생존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서로 깔리고 덮친 상태로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이 사고 현장에서 버텨야 했던 시간은 1시간 이상이다.

당시 구조된 20대 여성 A 씨는 서울경제에 “하체는 완전히 깔려서 온통 멍이 들었지만 상체는 함께 넘어진 사람들이 팔도 치워주고 어떻게든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려 노력했다”며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흉부 압박이 덜 돼 호흡은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후에는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면서 정신력으로 견뎠는데 이때 함께 깔려 있던 사람들과 ‘조금만 더 버티면 살 수 있다’ ‘힘내자’고 의지하면서 버텼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후 10시 15분쯤 사고 관련 신고가 최초로 접수된 후 곧바로 구조 인력이 출동했지만 인파가 몰리며 현장에 진입하는 데만 1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구조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순식간에 넘어지고 겹겹이 깔린 탓이다. A 씨 역시 “처음에 시민들이 밑에 깔린 사람들을 빼내려고 노력했지만 꺼내지지 않았고 이후 경찰이 몇 명 더 왔지만 상황은 똑같았다”며 “그 바람에 1시간 넘게 깔려 있었다”고 말했다.

구급 대원들은 깔린 사람들에게 산소를 뿌리거나 호흡기를 씌워주며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 다만 호흡기를 착용했어도 몸이 깔린 사람들은 제대로 누르거나 작동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도 일부는 서로 호흡기를 눌러주면서 생존을 도왔다.

그럼에도 구조 직전까지 혼절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버티다 버티다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일부 시민들은 뺨을 때리거나 말을 걸어 깨웠다. 현장에 있었던 20대 남성 홍 모 씨는 “호흡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뒤에서 밀려오는 무게와 압력이 너무 심해서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며 “집에 와서 보니 다리가 완전히 피멍으로 뒤덮여 까맣게 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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