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초중고 때부터 실질적인 안전 교육을 받아야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법령은 유치원·초중고에서 연평균 44시간 이상의 안전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안전 교육이 강의 형태로 이뤄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으로 미국 등 외국과 비교해서는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안전 교육이 의무로 돼 있지만 교육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교육의 초점이 입시에 맞춰져 있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 안전 교육은 등한시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달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대부분이 10~20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안전 교육이 강화된 상태였다면 CPR 등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외와 같은 안전 교육 수준이었다면 생명을 살릴 기회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실질적인 체험형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다. 해당 학교는 학생들에게 화재, 자연재해, 위급한 상황 등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실제 상황을 가정해 체험하는 형식을 취한다. 또 학교 교원의 안전 교육과 관련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 자격증의 취득과 연장 시 응급처치·심폐소생술·자동제세동기 관련 교육 수료증을 제출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안전 교육의 수료 여부를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중등학교 졸업 시험에 안전 교육 수료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모든 학생이 안전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 안전 교육에 신경을 쓰고 교사의 안전 전문성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안전 교육을 형식적으로 하니 이태원 참사처럼 대형 사고가 나면 대처가 잘 안 된다”며 “실습 위주의 안전 교육을 대학교 때까지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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