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또 이런 일이….” 관광 업계 한 인사에게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영향을 묻자 대뜸 이런 한탄을 내놓았다. 사회적 추모 분위기 때문에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관광 업계의 시장 패닉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역 축제 등 주요 행사가 올스톱된 상태라고 한다. 테마파크·여행사를 비롯해 유통사·호텔들도 주요 판촉 행사들을 축소했다. ‘서양 귀신 놀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사실 핼러윈 행사는 상대적 비수기인 10월과 11월 관광 업계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이태원 참사에 핼러윈 행사가 중단된 것은 물론 다른 일반 관광 행사까지 덩달아 멈춰버린 것이다.
관광 업계에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후폭풍이 재연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당시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관광 업계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고 후유증도 오래갔다. ‘이런 판국에 무슨 관광이냐’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방송이나 신문에서 지속적으로 이태원 참사를 다루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고 이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타격은 주로 서비스업, 그중에서 관광 업계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관광 업계는 최근 들어서야 3년 가까이 시장을 옥죄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겨우 탈출하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완전 해제로 관광 소비 자체는 늘어났다. 다만 여행사 등의 주 수입원인 단체 행사는 아직 회복되지 않아 업계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태다.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관광 생태계 회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관광 업계의 대규모 궐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 관련 행사가 취소되거나 멈춘 것은 물론 기업 등 민간의 행사도 대거 취소되고 있다. 일단은 애도 기간이 지나면 이런 분위기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미 얼어버린 사람들의 여유까지 회복될 수 있을지는 자신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묻고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확실히 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새로운 트라우마에 갇히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미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중고에 휘청이고 있는 경제가 무너지는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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