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1번의 112 긴급 신고를 받고도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해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이 거센 가운데 참사 당시 우왕좌왕했던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휘 라인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1시간 넘게 방치하며 조기 사고 수습에 실패한 만큼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책임 소재가 분명해질 경우 참사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치안을 지휘하는 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29일 오후 10시 15분) 이후 1시간 21분이 흐른 오후 11시 36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인파 통제를 요청한 첫 신고가 오후 6시 34분에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김 서울청장의 공백 시간은 5시간에 달한다.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역시 사고 발생 1시간이 넘은 오후 11시 34분에서야 김 청장에게 늑장 보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경찰의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 역시 사고 발생 1시간 59분이 지난 30일 오전 0시14분 최초 보고를 받았다.
경찰 지휘권을 보유하고 재난 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리더십 실종 상태였다.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이태원 참사 상황이 최초로 전파된 시각은 사고 발생 후 33분이 지난 오후 10시 48분이었다. 해당 내용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전파된 시각은 또 30분이 흐른 오후 11시 20분이었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소방청 상황실에서 10시 53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사고 내용을 통보, 국정상황실장이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고 발생 사실 보고했다.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늦게 사실을 전달받았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행안부는 설명을 못하고 있다.
특히 김 청장은 사고 발생 후 2시간 가까이 지난 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지휘부 공백이 참사를 막을 수차례 기회를 날려버린 정황도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112 신고 대응 절차를 고려할 때 인파 신고가 오후 6시 34분터 사고 직전까지 11차례에 걸쳐 4시간여 가량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접수된 점에 주목했다.
통상 112 신고는 상급 기관인 각 시도경찰청 112종합상황실로 접수되고 상황실은 신고의 긴급성에 따라 0~4단계 코드를 부여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 내용을 내려 보낸다. 김 청장이 참사 사실을 사고 발생 후 뒤늦게 알았던 점을 볼 때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보고 지휘 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 조치에 대한 경찰 지휘부의 오판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참사 당일 예년보다 많은 경비 인력을 배치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기동대 인력은 투입하지 않았다. 올해 배치된 경력이 전년 대비 많아졌지만 경비·안전보다 수사·교통 인력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지휘부의 판단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2021년에는 핼러윈 행사 때 기동대 3중대를 동원한 바 있다. 30년 넘게 경찰에서 재직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사고 현장 주변에 기동대 경력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과실이 분명한 담당 경찰관과 지휘부는 지휘·감독 소홀 등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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