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떤 작위의 세계’로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정영문의 11년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모든 문단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을 정도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 만연하게 이어지는 문장의 리듬이 특징적이다. 소설은 전체 460쪽 중 364쪽까지 프롤로그가 이어지다가 곧바로 에필로그로 넘어간다. 전통적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서사와 의미를 갖춘 본문이 들어갈 틈이 전혀 없는 것이다. 책은 그 대신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한없이 늘어놓음으로써 끝없이 흐르는 이야기에 그저 몸을 맡기게 한다. 저자는 서사나 의미 같은 “소설 속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것들이 소설에 얼마나 없어도 되는지” 등을 생각했다고 한다. 1만65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