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예방적 제세동기 삽입해 돌연사 부르는 부정맥 봉쇄"

[메디컬인사이드]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재발위험 높은 심정지 고위험군

예방적 차원에서 삽입시술 권고

심박동 비정상적으로 느릴 경우

인공심장 삽입술로 부정맥 교정

전극선 없는 초소형 심박동기로

흉터 최소화·합병증 확률도 낮춰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3차원 심장지도화 시스템을 이용해 심방세동 환자에게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대서울병원




"여기 좀 도와주세요, 남자분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올 9월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코로나19 검사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국적의 30대 남성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에 의한 심정지를 일으킨 것이다.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한 응급처치로 위기를 넘긴 그는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공항에서 이대서울병원까지는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당시 주치의를 맡았던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3일 서울경제와 만나 “심정지는 골든타임 확보 여부가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젊은 환자인 데다 즉각 응급처치가 이뤄지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된 덕분에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고 후속 치료단계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상적인 심장박동은 분당 60~100회 사이다. 우심방에 있는 동방결절에서 1분에 약 60~100번 만들어진 전기자극은 심방을 거쳐 심방과 심실사이에 있는 방실결절을 지나 심실로 흘러 들어간다. 전기가 심실에 돌아가면 심실이 수축하고, 심실이 뿜어낸 혈액이 전신으로 보내지는 구조다. 심박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분당 120회 이상으로 치솟는 심실빈맥이 발생하면 혈액을 원활하게 내보내지 못한 채 파르르 떠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부정맥 중에서도 치명적인 유형이다.

김동혁 교수가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한 시술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대서울병원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응급팀은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즉각 중환자실로 옮겨 에크모(ECMO·체외막산소화장치)와 저체온 치료를 시행했다. 저체온 요법은 심정지가 일어났던 환자의 심부 체온을 32~36로 낮춰 일정 기간 유지하는 치료다. 뇌조직의 산소 요구량을 줄여 뇌손상 등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일주일 뒤 의식을 되찾은 환자와 만났다. 문진을 통해 김 교수는 환자의 어머니가 부정맥을 동반한 심정지를 앓고 있다는 점을 알아내고, 환자 역시 재발 위험이 높은 심정지 고위험군이란 사실을 캐치했다. 김 교수는 예방적 차원의 이식형 제세동기(Implantable Cardioverter Defibrillator·ICD) 삽입술을 권했다. ICD는 내부 센서를 통해 심장의 비정상적인 박동이 감지됐을 때 전기충격을 보내 이를 교정하는 장치다. 인공 제세동기를 작은 크기로 만들어 몸 안에 넣어둔다고 이해하면 된다. 심실빈맥·심실세동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맥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예방요법이다. 가족력 때문에 평소 심질환에 대한 염려가 많았다는 환자는 이대서울병원에서 ICD 삽입술을 시행받고, 건강하게 직장이 있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 교수는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인 심실성 빈맥은 예고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경우라면 또다시 부정맥이 찾아올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예방적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심실성 빈맥 등 부정맥 가족력이 있다면 나이가 젊더라도 정기적으로 심전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심장박동이 빠른 것 뿐만 아니라 느려도 문제가 된다.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린 경우 대뇌 등 전신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지면서 쉽게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한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라고 불리는 인공 심장박동기 삽입을 권한다. 인공 심장박동기는 심장박동을 모니터링하다 수축 활동이 감지되지 않으면 전기충격을 보내 심장의 수축을 유도하는 장치다.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3차원 심장지도화 시스템을 이용해 심방세동 환자에게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이대서울병원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 심장박동기 삽입술은 가슴 피부를 크게 절개해야 해 흉터가 크고 감염 등의 부담이 컸다. 정맥을 통해 박동기에 달려있는 전극을 넣는 과정에서 심장압전·천공 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젊은 환자에게 예방 목적으로만 선뜻 권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극선이 없는 초소형 무선 심박동기가 등장해 최소침습적 시술이 가능해졌다. 이대서울병원이 작년 10월에 도입한 ‘마이크라(Micra)’가 대표적이다. 크기가 0.8cc로 비타민 캡슐 정도에 불과하고 무게는 2g 정도다. 기존 심방동기와 비교하면 크기가 10분의 1로 줄었다. 김 교수는 "가슴 부위를 절개하는 대신 사타구니 옆의 대퇴정맥으로 삽입하기 때문에 시술시간이 단축되고 합병증 발생 확률도 크게 낮아졌다"며 “젊은 여성 환자들의 시술 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이대서울병원은 올해 6월 부정맥센터를 확장 개소하면서 최신 심장 관련 기기를 대거 도입했다. 기존 심장혈관조영장비와 함께 전기생리학기록시스템(Electrophysiology Recording System), 3차원 심장지도화 시스템(3D Mapping System), 극저온풍선 냉각도자장비(Cryoballoon ablation) 등 각종 심장시술과 검사에 쓰이는 장비들을 보강했다. 인공심장 박동기, ICD 등의 디바이스를 삽입하거나, 심방세동 치료를 위한 냉동풍선절제술을 시행할 때 실시간 심장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심장 내 초음파장치 영상으로 심장 내부를 보면서 시술이 가능해 정확하고 빠른 시술이 가능하다. 이대서울병원 부정맥센터는 메인 시술자를 중심으로 엔지니어, 방사선사 등 6명이 넘는 보조인력들이 팀체제를 이뤄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대서울병원은 가장 최신 버전의 3D 심장지도화시스템을 갖추고 전국 세 번째로 시술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기존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할 때 3~4시간 넘게 걸리던 시술시간이 1~2시간 이내로 줄었다”며 “고령 환자들도 부담이 적어 치료 선택의 폭이 한결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