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이 야권에서 발의됐다. 경찰국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설치한 기구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경질론이 거론되고 있는 이 장관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4일 국회에 따르면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가경찰위원회의 법적인 지위와 위상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법(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권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법안은 행안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찰국을 설치하면서 축소된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 확대하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경찰의 권한이 강화된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경찰국 설치로 정치권력의 경찰 장악 우려가 커진 부분도 영향을 줬다.
용 의원은 이를 위해 개정안에 국가경찰위원회를 행안부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소속을 변경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원장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도록 했으며, 총 9인의 위원 구성도 최소 2명 이상은 인권 분야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인물로 하도록 했다. 국민·인권 친화적 경찰로의 탈바꿈을 위한 것이라는 게 용 의원 측의 설명이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경찰청장 임명제청 권한도 행안부 장관에서 국가경찰위원회로 옮긴다. 경찰 인사 과정에서 경찰국 및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용 의원은 “이 장관은 경찰국 설치를 통해 치안 사무를 가져간다고 했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로 무능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경찰국은 제대로 된 경찰 통제 방안이 될 수 없는 만큼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통한 민주적인 경찰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정부의 책임 방기에 대해서 사죄하고, 총리,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즉시 경질과 진상 파악을 위한 국정조사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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