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이태원 압사 참사의 수사 대상으로 오른 것에 대해 서울소방노조가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이하 서울소방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이번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되도록 지켜볼 것이며, 지휘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꼬리자르기식 희생양을 만든다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소방노조는 “행안부와 경찰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사는 이 사태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인지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소방서장은 사고 당일 자원해서 이태원119센터에서 대기했고, 사고 접수 후에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경찰청 특수본(특별수사본부)은 압수수색을 한 후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로 입건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용산소방서장이 사고 현장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부여잡고 브리핑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며 “국민과 언론도 현장에서 자리를 지킨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진정한 책임자 처벌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방서장은 참사 당일 사고 발생(오후 10시15분) 이전 오후 7시 10분께부터 이태원 일대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태원119안전센터 등에서 핼러윈데이 기간 안전 근무를 하던 직원들을 격려하다 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바로 달려갔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가 접수된 지 13분이 지난 오후 10시 28분이다.
특수본은 소방당국이 112신고를 받은 경찰로부터 공동대응을 요청받고도 인력투입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최 소방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에 경찰로부터 두 차례 공동대응을 요청받았지만 출동하지는 않았다. 당시 소방은 참사가 발생하기 1시간 38분 전인 오후 8시 37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쓰러지고 통제가 안 된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된 후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받았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부상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출동 중인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오후 9시 1분 “인파가 너무 많아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고 사람이 밀린다”는 신고가 들어온 후에도 소방당국은 구급차가 필요한 상황이 아님을 확인한 뒤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두 건 모두 경찰이 소방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소방이 다시 경찰에 일을 넘긴 모양새가 되면서 참사 이후 법적 책임을 따지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첫 번째 건은 교통통제나 질서유지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확인해 그 내용을 다시 경찰에 통보했다”면서 “(2번째 건도) 신고자에게 직접 전화해본바 소방에서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는 등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확인했기 때문에 출동 안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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