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함께 내세운 연금·교육·노동 개혁이 6개월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구조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은 물론 이해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지만 정작 여야 협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논의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연금·교육 개혁의 경우 주무 부처 장관의 잇따른 낙마로 그동안 컨트롤타워마저 부재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구체적인 향후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여야는 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특위 구성에 합의한 지 3개월 만인 지난달 25일 연금특위 첫 회의를 열고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연금 개혁’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현안에 몰두하면서 장기 과제인 연금 개혁은 뒷전으로 밀렸다. 연금특위 위원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로서는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예산안 심사와 민생 법안 문제가 정리되는 대로 조속히 (다음 회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금 개혁의 기초 자료가 될 제5차 재정 계산도 아직 진행 중이어서 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 개혁은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논란을 겪으면서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은 7월 29일 새 정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정책을 밝혔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시행이 어렵다고 결론 난 정책이어서 교사·학부모 단체와 전문가의 반발을 샀다. 비판이 거세지자 박 전 장관은 졸속 추진 책임을 지며 취임 34일 만인 8월 8일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전 장관이 사퇴한 지 3개월이 지나서야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 장관은 △첨단 기술 인재 확보 △지역 대학 지원 △모두를 위한 맞춤형 교육 △국가교육책임제 등 국정과제 이행에 주력할 방침이다.
노동 개혁의 경우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언행이 도마에 오르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는 취지로 말해 야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노동계와 재계를 조율해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경사노위 위원장이 되레 자극적인 발언으로 갈등을 빚은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협치와 개혁이라는 것이 결국 서로 마음을 모으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이나 전혀 협치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 역시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야당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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