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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은 돼야 그나마'…앞다퉈 샀는데 이젠 '떨이시장'도 외면

아파트 대체 수요로 각광받았지만

고금리·집값하락에 급격히 냉각

10월 서울 낙찰률 12% 또 최저치

유찰 거듭에 낙찰가율 60%대 뚝

거래량도 급감…지난해의 반토막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한때 매매 수요가 몰렸던 빌라(연립·다세대)의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특히 서울 경매시장에서 빌라 낙찰률은 10% 초반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반 매매 시장에서도 빌라 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금리가 부동산 시장 전반을 짓누르면서 당분간 빌라 시장에도 찬바람이 계속 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원 경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서울에서 진행된 591건의 빌라 경매 물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71건에 그쳐 낙찰률 12.0%를 기록했다. 이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1월 30.7%를 기록한 후 20%대로 낮아지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일시적으로 31.3%를 기록했으나 이후 급격히 떨어지며 8월 18.0%, 9월 12.7%로 역대 최저치 경신을 이어갔다. 이전 최저치는 카드 대란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지던 2004년 12월의 22.0%다.

경매 시장 참여자들이 빌라를 외면하면서 감정가 대비 30% 이상 떨어진 가격에 빌라 물건을 낙찰받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A 다세대 주택은 감정가가 3억 300만 원이었지만 2회 유찰된 후 낙찰되면서 매각가는 1억 9846만 5000원까지 떨어졌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65.5%에 불과하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B 다세대 주택은 감정가가 3억 4600만 원이었으나 3회 유찰된 후 2억 3520만 3800원에 주인을 찾아 낙찰가율 68.0%를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지지옥션 감정 결과 특이사항이 없는 정상 물건이다.



일반 매매 시장에서도 빌라 외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광장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빌라 매매 거래량은 1396건으로 지난해 10월(4144건)의 33.7%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월말까지 다소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계가 완료된 올해 9월의 경우 거래량이 1597건에 그쳐 지난해 9월(4207건)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서울 빌라 거래량은 5만 7499건으로 아파트 거래량인 4만 1500건을 앞질렀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보다 많아진 것은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당시 시장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일반 수요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자 대체 상품인 빌라로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올해도 1~10월 누적 거래량은 빌라 2만 7057건, 아파트 1만 206건으로 빌라 거래량이 더 많게 집계되고 있으나 총량 자체가 지난해 동기(5만 646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 빌라와 아파트 시장 모두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일부 재개발 유망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빌라가 경매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해 아파트의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으며 빌라로 수요가 몰렸던 것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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