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판을 완전 정복하기까지 단 두 시즌이면 충분했다.
SSG 랜더스가 2022 KBO 정규 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KS·7전 4승)까지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이뤘다. SSG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지 2년 만이다.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하면 통산 다섯 번째 KS 우승이다.
SSG는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 대 3으로 이겼다. 시리즈를 4승 2패로 마무리하면서 SSG는 통합 우승을 완성했다. SK 와이번스 시절을 포함해 4년 만의 KS 제패이자 12년 만의 통합 우승이다. 역대 최초로 정규 시즌 개막일부터 종료일까지 1위를 질주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KS에 직행한 SSG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온 키움의 돌풍을 잠재우고 창단 두 시즌째에 무결점 우승의 새 역사를 썼다. 첫 시즌인 지난해는 정규 시즌 6위로 다섯 팀이 나서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전날 0 대 4로 패색이 짙어진 경기를 8회 투런 홈런, 9회 스리런 홈런으로 뒤집은 SSG는 이날도 역전승을 일궜다. 0 대 2로 뒤진 3회 말 1사 뒤 추신수와 최지훈의 연속 안타로 기회를 잡은 SSG는 2사 후 한유섬의 땅볼 때 상대 실책이 겹쳐 동점에 성공했다. 6회 초 1점을 내주고는 곧바로 6회 말 1사 2·3루에서 김성현의 2타점 2루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고비마다 나온 호수비도 7차전을 지워버린 원동력이었다.
9회 초 잠수함 박종훈이 야시엘 푸이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자 전날 선발로 등판해 조기 강판한 김광현이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광현은 김태진을 유격수 땅볼로 요리했고 이지영의 타구가 1루수 최주환의 글러브에 직선타로 빨려 들어가면서 SSG의 역사적인 우승이 확정됐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1차전에서 패색이 짙던 9회 말 극적인 대타 동점 홈런, 5차전 역시 9회 말 대역전 끝내기 석 점 홈런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강민(40)에게 돌아갔다.
김강민은 40세 1개월 26일로 역대 KS 최고령 MVP 기록도 썼다.
SSG 우승은 선수단의 노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한 ‘정용진 매직’의 승리였다. SK 와이번스를 1352억 원에 인수한 첫 시즌부터 메이저리거 추신수 영입과 선수단을 향한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 부회장)는 2년 차에는 총 331억 원의 ‘실탄’을 지원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릴 예정이던 선수들을 붙잡았다. 박종훈(5년 65억 원), 한유섬(60억 원), 문승원(55억 원) 등이다. 팀의 구심점인 추신수와는 지난해와 같은 27억 원에 재계약했다. 부동의 에이스 김광현의 친정 복귀는 결정적이었다. 정 구단주는 메이저리그 잔류를 고민하던 김광현을 4년 151억 원의 역대 최고액으로 예우하면서 SSG 유니폼을 입혔다. 팀 자체 상인 ‘용진이형 상’을 만들고 클럽하우스는 메이저리그급으로 조성했다. KS 기간 중 김원형 감독에게 깜짝 재계약 선물을 안긴 것도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키움은 최종 무대에서 아쉽게 돌아섰지만 선수단 연봉이 꼴찌에서 두 번째인데도 KT 위즈, LG 트윈스를 잇따라 따돌리고 KS에 올라 명승부로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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