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부족한 인원으로 온 힘을 다해 환자를 지켰는데, 돌아온 건은 인력축소와 탄압 뿐입니다. 정부가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재벌만 살찌우는 민영화를 향해 가고 인건비 통제, 인력 축소 등으로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 모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 900여 명은 "정부가 안전한 사회를 위해 공공의료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시기에 도리어 정반대의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서울대병원 사측과 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총 파업에 돌입한 건 2018년 이후 4년만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조합원 3900여 명 중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 업무 인력을 제외한 900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업 출정식을 갖고 의료공공성 강화와 필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하루 동안 1차 파업을 진행하고 교섭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파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의료공공성 강화(감염병 종합대책 수립, 의사 성과급제 폐지, 영리자회사 축소 등) △필수인력 충원(간호사, 의료기사, 간호보조인력, 시설직, 환자안전직 등) △노동조건 향상(야간근무자 노동시간 단축, 저임금 직종 처우개선, 장애인 일자리 개선 등)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노사는 지난 8월17일부터 1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인력 충원 부분에서 입장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까지 서울대병원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교섭에 더욱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파업 결의문에서 "우리의 정당하고 절실한 요구에 대해 서울대병원 사측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안과 기재부 인력 통제, 공공기관 경영평가 총인건비 통제를 이유로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오히려 인력 감축과 유급휴일 축소 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며 "심각한 인력 부족과 장기화되는 감염병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병원의 계획과는 정반대로 대대적인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향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도 조합원 13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열고 정부를 향해 의료공공성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파업을 단행한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강원대병원, 동아대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노조 등이 집회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외에도 의료연대 소속 사업장 중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청구성심병원 등 17개 사업장이 조정신청을 한 상태다. 그 중 10곳은 아직 교섭이 타결되지 않아 파업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료연대본부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함을 요구하며 교육부에 노사정협의체를 제안했다”며 “교육부의 답변에 따라 2차 파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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