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전직 언론인이자 변호사인 나타샤 피르크-무사르(54)가 결선투표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으면서다. 피르크-무사르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법률대리한 이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슬로베니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무소속의 피르크-무사르는 53.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개표가 99% 완료된 가운데 경쟁자인 전직 외무장관인 슬로베니아민주당 소속 안제 로가르(46)가 46.14%를 득표한 것을 감안하면 당선이 확실시된다. 투표율은 49.9%였다.
피르크-무사르 당선인은 당선 연설에서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헌법상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또 "슬로베니아는 유럽연합(EU)의 가치와 EU의 민주적 가치를 믿는 대통령을 선출했다"고도 강조했다.
피르크-무사르 당선인은 전임인 보루트 파호로 대통령과는 다르게 국내 정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피르크-무사르는 9월 말 입후보 당시 "나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침묵한 적이 없다"며 "특히 야네즈 얀사 총리가 집권한 후 우리 눈 앞에서 법치가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였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슬로베니아에서는 대통령이 직선으로 선출되긴 하지만 명예직에 가깝다. 임기는 5년으로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현 진보·좌파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피르크-무사르 당선인은 전직 언론인·법조인·행정가로, 기자로 활동하다가 슬로베니아의 주요 뉴스 프로그램 앵커를 맡았다. 2004~2014년 초대 공공정보접근위원회 위워장을 지낸 후 법무법인을 차렸다. 2016년 멜라니아 여사를 대리해 멜라니아 여사의 이름과 사진을 광고에 도용한 슬로베니아 신문과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피르크-무사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에 남편이 조세피난처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공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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