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핵심 점령지였던 남부 헤르손에서 철수하자 크렘린궁을 향한 내부 비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던 강경파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국방부를 공공연하게 비판해 ‘금기를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사실상 재탈환하자 러시아 언론과 비평가들 사이에서 크렘린궁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이번 철수가 특히 큰 반발을 일으킨 것은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 등과 함께 강제 편입한 헤르손을 잃은 것이 ‘자국 영토’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한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조차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앞서 8월 자신의 딸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 테러로 사망했을 때도 “내 딸은 승리를 위해 죽었다”며 전쟁 지속을 촉구했던 강경파 인사인 그는 최근 친푸틴 매체인 차르그라드TV 기고에서 “통치자의 주요 임무는 인민과 영토를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절대 권력자는 나라를 지킬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의 왕’과 같은 운명이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비의 왕’은 가뭄에 비를 내리지 못한 왕이 살해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고대 종교 연구서 속 표현으로, 결국 무능한 지도자의 교체를 시사한다고 NYT는 전했다.
일간 ‘네자비시미야 가제타’도 “자신의 잘못을 지적할 메커니즘이 부재함에 따라 그(푸틴)는 ‘실수’를 할 수 없다”며 1인 지도자에게 과도한 권한이 쏠리는 체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NYT는 “러시아 두마(하원)에서 러시아공산당이 이례적으로 국방부 측에 철수 관련 해명을 요구했지만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이를 일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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