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9일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 이후 8일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북핵문제의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후 이틀만에 북한이 장단을 맞추듯 도발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북한 방관에 대한 국제적 비난여론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10시 48분경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비행거리는 약 240km, 고도는 약 47km, 속도는 약 마하 4로 탐지했다”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직후 한미는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오늘 실시한 한미연합 미사일 방어 훈련을 통해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간 긴밀하게 공조하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 중이다.
이번 도발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오전 한미를 겨냥한 담화를 발표한 후 이뤄졌다. 최 외무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며칠전 미국과 일본, 남조선이 3자 수뇌회담을 벌려놓고 저들의 침략적인 전쟁연습들이 유발시킨 우리의 합법적이며 당위적인 군사적 대응 조치들을 '도발'로 단정하면서 '확장 억제력 제공 강화'와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대해 횡설수설한데 대하여 엄중한 경고 입장을 밝힌다”고 밝혔다.
최 외무상의 이번 반응은 지난 13일 한미일 정상들이 삼자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반발 차원의 담화로 풀이된다.
최 외무상의 이번 담화 및 북한 미사일 도발은 앞선 시 주석의 한중정상회담 발언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 한중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조에 대해 중국의 적극적·건설적 역할을 요청한 것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대신 "한국이 남북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한국에 북한의 도발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해 눈총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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