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이나 경유, 휘발유 등을 사용할 때 나오는 유독물질 ‘안트라센’을 수월하게 분해할 수 있는 촉매 설계법이 나왔다. 사람 몸에 존재하는 금속 효소와 활성산소가 만나 이뤄진 ‘금속-활성산소 종’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조재흥 교수팀은 금속-활성산소 종의 하나인 ‘망간-히이드록소 종’이 유독성의 방향족 탄화수소인 안트라센을 분해한다는 것과 이 반응이 전자 전달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유기 물질을 분해하는 금속 촉매 개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안트라센은 석탄이나 타르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시설이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많이 발생한다. 공기 중에 섞이면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생체 내에서도 유전자 독성을 갖고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발암성 물질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물질을 분해하는 일은 환경화학·생화학 분야에서 중요하게 인식된다.
안트라센은 벤젠 고리 3개로 이뤄진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로, 용해도가 낮고 화학적으로 안정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분해하려면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저온 조건에서 안트라센을 분해할 수 있는 촉매를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제1저자인 이유정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방향족 탄화수소 중 탈취제로 쓰이는 나프탈렌은 매우 안정적인데, 자연계의 금속 효소인 나프탈렌 이산화효소가 작용하면 쉽게 분해된다”며 “이를 모방해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를 분해할 수 있는 촉매 물질을 설계해 높은 온도와 압력 조건이 아니어도 분해할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자연계에서 금속 효소는 외부의 산소와 전자를 이용해 ‘금속-활성산소 중간체’를 형성하고, 이 중간체가 분해 반응에 직접 관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요오도소 벤젠을 통해 ‘망간-하이드록소 종’을 합성하고, 이 물질이 안트라센의 분해 반응에 관여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여기에 따르면, ‘망간-하이드록소 종’은 전자 전달 반응으로 안트라센을 분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 이동 반응에 대한 분석은 마커스 이론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조재흥 교수는 “생체 모방 화학을 통해 합성한 ‘망간-하이드록소 종’의 높은 환원 전위 특성을 통해 환경오염물질인 안트라센을 저온에서 분해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전자 전달 반응의 원리를 마커스 이론을 통해 처음 분석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환경 및 산업 분야에서 환경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촉매를 개발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에서 분광학 분석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로이토바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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