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 안보 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 고위급 인사에 대한 첫 신병 확보에 성공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 전 실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사건 발생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 대북 안보 라인 최고위급 인사였던 만큼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감안할 때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내달 2일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께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씨의 ‘자진 월북’을 속단하고 이와 배치되는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감청 정보 등 기밀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24일과 25일 서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이틀 연속 불러 이 씨의 사망 직후 자진 월북을 판단한 근거와 관련 부처에 기밀을 삭제토록 지시했는지를 추궁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과 문 전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서 전 실장은 이 자리에서 그간 당시 상황을 모두 투명하게 밝혔으며 근거 없이 이 씨를 월북으로 몰거나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또 문 전 대통령이 관련 대면 보고를 받은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야 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8월 서 전 실장의 자택 압수 수색을 시작으로 ‘윗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또 안보실에서 생산된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현재까지 대통령기록관 압수 수색을 진행하며 청와대 기록물을 3개월에 걸쳐 확보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박 전 원장 역시 국정원에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