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사망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애도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불 붙은 시민들의 불만이 장 전 주석 사망을 계기로 현 체제에 대한 집단 반발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에서 촉발된 것을 의식한 듯 당국은 일반인 단체 조문을 사실상 차단하고 나섰다.
1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는 장 전 주석의 타계 소식이 이틀 연속 주요 검색어에 올랐다. 소탈한 이미지의 장 전 주석을 중국 네티즌들은 ‘장할아버지’ ‘어르신’ ‘위인’ 등으로 칭하며 애도하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의 부고 기사를 실은 중국중앙(CC)TV 웨이보 계정에는 10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지 시위’에 참여한 젊은 세대 사이에 장 전 주석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생전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과 커다란 얼굴 때문에 ‘두꺼비’로 불렸던 그에게 시진핑 주석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인간미를 느낀다는 반응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 전 주석의 사망이 백지 시위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 전 총서기의 사망이 톈안먼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 된 것처럼 장 전 주석을 추모하는 물결이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 전 총서기는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학생 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실각한 인물이다.
당국은 이 같은 분위기를 우려해 시민들의 집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전날 장례준비위원회는 조문 장소를 재외공관과 홍콩중앙연락판공실·마카오중앙연락판공실 등으로 한정해 일반인 조문을 사실상 제한했다. 장례는 5일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고 6일 국장 격인 추도대회까지 일정이 밝혀졌으나 톈안먼에서 조기 게양 외에 별도의 조문은 불가능한 상태다. 톈안먼 주변에 경찰 병력이 추가로 배치되는 등 경계도 삼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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