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의혹 규명을 위해 출범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공식 수사 개시 한 달여 만인 1일 경찰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 수사를 두고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 17명 입건과 4명의 구속영장 청구만 보면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특수본 수사의 최대 관심사인 경찰 수뇌부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 조사는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셀프 수사’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 등 경찰 측 주요 피의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박 경무관과 김 경정에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박 경무관은 입건된 경찰관 중 최고위급으로 핼러윈 기간 경찰이 작성한 위험 분석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경정은 박 경무관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 작성 삭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경과 송 경정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았음에도 사전에 이를 대비하지 않고 참사 당시에도 늑장 대응한 혐의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송 경정이 참사 당시 112 신고 대응과 상관인 이 총경에게 늑장 보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가 시작된 만큼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타 기관 현장 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참사 책임의 1차 원인을 제공한 현장 지휘자에 대한 신병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특수본의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도 정치권과 유가족을 중심으로 특수본의 윗선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 이날 특수본이 자리를 잡은 서울청 마포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윗선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특수본은 경찰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소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 청장은 서울 경찰의 총수로서 참사 전 대책 마련과 경비 인력 운용 등을 총괄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사고와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특수본은 김 청장 소환 조사와 관련해 이날 처음으로 윤시승 서울청 경비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의 한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시작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추가적인 구속영장 청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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