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법정 시한을 하루 앞둔 1일 여야는 만나는 지점마다 충돌했다. 이틀째 만난 여야 원내대표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고 여야 정책협의체는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났지만 예산안 처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이 장관 해임 건의안’ 보고를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에 집중할 시기라며 거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1일) 본회의 일정은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사안”이라며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59건이나 계류 중인데 국민의힘 간사는 고의로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을 이날 본회의에 보고하고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법정 기한을 위반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 오늘 최대한 예산에 대한 의견 차를 좁혀야 한다”고 맞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불발을 이유로 본회의를 최종 소집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월권이자 권한 남용”이라며 해임 건의안 처리를 위해 2일과 5일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국정조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질의권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당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이 장관에게 질문하려 하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만큼 발언 상대는 위원장이 돼야 한다”며 제지했다. 김 의원이 이에 강하게 항의하고 여야 의원들이 말싸움에 가세하면서 장내에는 고성이 오갔고 결국 산회가 선포됐다.
협치를 위해 여야가 새로 만든 소통 창구에서도 여야는 얼굴만 붉혔다. 여야는 정부 조직 개편과 공공기관장 알박기 방지법 논의를 위한 ‘3+3 정책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폐지와 방송통신위원장 등 일부 기관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이견만 확인했다.
예산안의 법정 기한 내 처리 불발은 현실이 됐다. 국회의장은 2일까지 예산안 관련 쟁점 사안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요원한 상황이다. 결국 예산 및 세제개편안은 양당 원내대표가 정치적 담판을 짓는 형태로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예산안 및 부수 법안 합의를) 2일까지 하기는 어렵다”며 “다음 주가 돼야 주요 쟁점에 대한 상임위원회의 최종 가닥이 나오고 지도부가 이를 토대로 정무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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