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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으니까 괜찮다?…매년 700만명 죽음 몰아넣는 '공기 오염' [지구용]

차량 공회전 줄자 반경 2km 임신부 조산 9% 감소

뿌연 LA 하늘이 지금처럼 맑아진 이유, '청정대기법'

/이미지투데이




그동안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다룰 수 없었던 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대기오염. 매일같이 들이마시는 공기가 더럽단 사실, 다양한 활동으로부터 오염물질이 배출된단 사실을 알면서도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될지 엄두가 안 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참에 읽게 된 책이 <공기 전쟁>(베스 가디너 지음, 해나무 출판사)입니다. 제목부터 암울하지만 호흡을 하는 모든 인간에게 추천하고픈 책이죠.

배기가스와 조산의 연결고리


이 책의 절반은 대기오염의 원인과 그로 인한 충격적인 결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대기오염의 결과란 것도 너무 익숙한 이야기들 아닌가, 대충 아는 얘기들이지 않나 싶었는데...읽다 보니 내가 건방졌구나 싶어집니다. 대기오염은 당장 치명적이진 않지만 우리를 서서히 죽이는 독약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무서운지, 책의 내용을 일부 발췌해 봤습니다.

/해나무 출판사




▲일일이 차를 멈추고 요금을 내야 하는 도로요금소를 차를 세우지 않아도 되는 전자식(하이패스 같은)으로 바꿨더니 반경 2km 이내 임신부들의 조산이 9% 감소. 임신부가 차량 배기가스를 많이 들이마셨을 경우 소아백혈병, 신장암, 안종양 등의 발병률도 높음. 유아돌연사증후군도 오염 수준과 함께 증가. 태아의 심장이 형성되는 임신 초기에 오염 속에서 생활한 임신부는 심장기형 아기를 낳을 확률이 3배 높아짐.

▲오존과 미세먼지 증가는 알츠하이머 발병률을 높이며, 미국에서 평균 수준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신 노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인지 능력과 기억력을 검사한 결과 실제 나이보다 2살 더 노화한 수준으로 측정.

▲중국과 인도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각각 150만명 이상, 유럽은 50만명, 미국은 10만명. 전세계의 사망자 10명당 1명은 대기오염 때문으로 추정.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종합하면 매년 700만명.



이렇게까지 심각한 문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명한 대학 연구팀들의 믿을 수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런던의 가장 붐비는 거리는 '가스실'"이란 문장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젊으니까 괜찮을지 몰라도 나이들수록 더러운 공기 때문에 병들거나 죽을 확률이 빠르게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LA의 더러웠던 하늘


그렇지만 다행히도 문제의 심각성을 일찌감치 알게 된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노력해왔습니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대기오염을 줄인 실제 사례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1970년까지만 해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스모그가 악명 높았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아래 사진은 1973년 LA 다운타운의 뿌연 하늘입니다. 지금은 LA 하면 쾌청한 날씨가 떠오르지만 저 땐 오염이 심각했다고 합니다.



/사진=LA타임즈


그래서 미국 의회는 1970년에 '청정대기법'이란 법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에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같은 자국 자동차 회사들이 5년 내로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배출량을 90%까지 줄이도록 하는 규정이 담겨 있었죠.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있었습니다. 당시 포드 부회장이었던 리 아이아코카(=전설적인 기업인으로 유명)가 "자동차 생산이 끊기고 미국 경제가 회복 불가능할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까지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촉매변환장치 제조 회사들이 이 방안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이전부터 미래를 예상하고 있었던 에드 콜 당시 GM 사장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서 석유회사들이 무연휘발유(오염물질 배출의 원인이기도 한 납 성분을 뺀 휘발유)를 판매하도록 했습니다.

모두가 찬성하지는 않은 와중에도 법은 시행됐고, 그 결과 1990년까지 LA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는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미세먼지는 45%,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는 각각 40%, 30%씩 줄었습니다.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청정대기법 덕분에 1990년 한 해에만 약 20만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법의 편익이 1990년까지 20년간 22조 달러(=들어간 비용의 44배)에 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죠. 환경 규제란 게 당장 비용이 들고 어려워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인명과 사회·경제 전반을 비롯한 다양한 측면에서 결국 효율적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책에는 더 다양한 지역의 오염 사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정부, 기업, 시민단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습니다. 우리를 위해, 그리고 어린 아이들과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 자그마한 실천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은 요즘입니다.

(※12월 6일까지 진행되는 해나무 출판사의 <공기전쟁> 도서 증정 이벤트는 아래 지구용 레터 구독 링크→아카이브→'가스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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