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 건물을 사용한 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 때 청와대 영빈관(5일)과 상춘재(6일)를 활용한 데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 2층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파울루 벤투 감독, 손흥민 선수,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 코치 등 대표팀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손흥민 선수와 악수한 뒤 “여러분들이 어려운 경기를 잘 해낸 것처럼 저도 대통령으로서 국가가 어려운 일에 처할 때마다 모든 책임을 가지고 일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1층으로 이동해 윤 대통령의 건배 제의를 시작으로 환영 만찬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대표팀 여러분들은 저와 우리 국민들에게는 월드컵 우승팀”이라며 “여러분의 투혼이 우리가 어떤 어려움도 국민들이 이겨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주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표팀에게 “여러분은 월드컵 우승팀”이라고 재차 말할 때 감격한 듯 목이 메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 4년의 여정 동안 굉장히 행복한 감정이 들었다”며 “좋은 자리에 초대해주시고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 선수도 “저희 선수들은 항상 이 기억을 잊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을 더욱 더 빛나게 할 수 있도록 축구적인 부분에서 많은 노력을 할 테니 지금처럼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잘 지켜봐 달라”고 화답했다.
국빈 만찬에 이어 대표팀 격려 만찬까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면서 윤석열정부에서도 청와대 영빈관이 오·만찬 등 대규모 행사를 위한 장소로 굳어졌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용산 청사가 외빈 행사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이미 퍼져 있는 상태다. 올 7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공식 만찬을 용산 청사에서 진행했는데, 만찬을 열기엔 청사 공간이 부적절하다는 내부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청사 1층 정문으로 들어오면 눈에 바로 보이는 나선형 계단이 볼품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중요 국가 행사 시 관람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청와대 장소를 활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올 9월 878억 원을 들여 영빈관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야당의 반발 및 여론 악화로 철회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청와대 영빈관 활용이 향후 영빈관 신축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번 국빈 방문 때 영빈관을 처음 사용하면서 행사가 매우 원활하게 진행됐고 국빈도 매우 만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국가대표팀을 최대한 예우하고, 또 행사는 공간이 허락한다면 더 다채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여건들을 감안해서 영빈관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尹, 대표팀 경기 다 챙겨봤다”
한편 윤 대통령은 카타르 월드컵 기간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전부 각별하게 챙기며 응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브라질과 맞붙은 16강전 경기를 TV로 실시간 시청했다”고 전했다. 16강전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6일 새벽 4시에 열렸는데, 윤 대통령은 평소보다 약 1시간 일찍 일어나 경기를 챙겼다는 참모진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벤투 감독, 손흥민 선수와 전화통화를 하며 16강 진출을 축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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