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 운전자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9일 오전 30대 남성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께 A씨는 검은색 후드티에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호송 차량에 올랐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 57분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가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인근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이 학교 3학년 B(9)군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사고를 낸 이후에도 A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운전해 자택 주차장으로 이동했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현장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사고 현장에서 21ｍ 떨어진 자택에 주차한 뒤 약 40초 만에 현장에 돌아간 점, 이후 인근 꽃집 주인에게 신고해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도망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고,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뺑소니 혐의는 넣지 않았다.
이에 유족 측은 “A씨가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고 A씨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모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뒤늦게 재검토에 착수한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피의자와 목격자 진술 등에 기반한 추가 조사와 법률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전날 뺑소니 혐의를 추가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년 중 청담동 언북촌 후문 인근에 단속용 무인 카메라와 서행 통과를 알리는 적색 점멸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근 도로에 횡단보도를 추가하고 기존에 있던 과속방지턱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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