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서울에서만 4만 가구에 달하는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 추진을 확정하고 사업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지는 이미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으로, 지자체 판단에 따라 2차 안전진단인 적정성 검토 없이 재건축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약 5만 가구의 재건축 추진 단지가 주택 공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총 21개 단지, 3만 7704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양천구 신월시영 아파트와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9개 단지(1·2·3·4·5·7·10·13·14단지) 등 16개 단지, 2만 5320가구는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8개 단지·1만 3086가구) 또는 국토안전관리원(8개 단지·1만 2234가구)의 적정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각 단지는 적정성 검토에서 D 또는 E등급을 받으면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지만, 아직 결과표를 받지 못한 상태다. 나머지 5개 단지(1만 2384가구)는 적정성 검토 신청을 미룬 곳으로,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목동신시가지 8·12단지, 노원구 상계주공 6단지 등이 해당된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및 지방에서는 총 28개 단지, 1만 1740가구가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적정성 검토를 받고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삼성2차 및 4차 아파트와 경남 창원시 용호무학 아파트 등 11개 단지(6001가구)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인천 계양구 극동아파트와 부산 부산진구 무궁화아파트 등 17개 단지(5739가구)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적정성 검토를 맡겼다. 서울까지 합하면 약 49개 단지, 4만 9444가구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단지는 최근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 단지로 꼽힌다. 현재는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을 받은 단지는 의무적으로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앞으로는 지자체 요청 시에만 시행하는 등 사업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은 이미 적정성 검토를 진행 중이거나 미룬 단지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한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적정성 검토 단계에 있는 단지들은 지자체 검토를 거쳐 중대한 오류가 없다고 판단되면 해당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위에 언급된 단지들은 통상 7개월 걸리는 적정성 검토를 생략하고 바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또 적정성 검토에서 A~C등급을 받아 탈락할 경우 1차 안전진단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부담도 덜었다. 해당 단지 주민들은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상근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재건축 추진단장은 “정부 발표 대로 1월 중 안전진단 기준 개정 고시안이 시행되면 구청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적정성 검토 없이 안전진단 통과를 확정하게 되면 설계업체 선정 등 후속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판단으로 적정성 검토를 생략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추진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50%인 구조안정성 비중은 30%로 낮추고, ‘재건축 확정’인 E등급 점수도 현재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목동신시가지 9·11단지는 앞서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D등급으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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