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넘어 허리를 보조하는 제품도 준비 중입니다. 인류에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서겠습니다.”
현동진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장 상무가 27일 조끼형 착용 로봇인 ‘엑스블 숄더’를 최초 공개하고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어깨와 팔, 허리 등을 보조하는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여 2033년 19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미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엑스블 숄더는 조끼 형태의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산업 현장에서 팔과 어깨를 위로 올려 작업(윗보기 작업)을 할 때 로봇 내부 스프링에서 발생한 회전력으로 근력을 보조한다. 무거운 공구나 부품을 들었을 때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
현 랩장은 “엑스블 숄더는 엔지니어와 사업가, 우리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며 완성했다”며 “'우리 기술로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보틱스랩은 300여 명의 현대차·기아 생산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제품을 적용해 요구사항을 발굴한 뒤 엑스블 숄더를 개선했다.
기자가 엑스블 숄더를 입고 윗보기 작업을 해보니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전동 드릴을 들고 볼트를 조일 수 있었다. 팔을 360도 돌리거나 한쪽 팔만 사용할 때도 불편함 없이 자유로운 작업이 가능했다. 총 1.9㎏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로봇 착용에 따른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엑스블 숄더의 강점은 편의성이다.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의 충전 불편을 덜었다. 조끼만 따로 분리해 세탁할 수 있어 청결 관리에도 용이하다.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를 사용한 덕분에 일반 알루미늄 소재 제품보다 3.3배의 강성을 확보하고 중량을 40% 줄였다.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번 엑스블 숄더를 시작으로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 로보틱스랩은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하는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엑스블 멕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 달러(한화 약 3조 3500억 원)에서 2033년 136억 달러(약 18조 98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스블 숄더는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2026년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기아 생산 공장에 우선 공급하고 27개 그룹 계열사와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국내 기업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영훈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향후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 시킨 다양한 산업 안전 솔루션을 선보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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