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국정조사는 안 된다’는 국민의힘 내 이견을 뚫고 주 원내대표가 ‘선(先) 예산안 처리-후(後) 국정조사 추진’을 전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정조사에 합의 서명했지만 결국 해임건의안만 통과되자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발의 시 이태원 국조는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해임안은 11일 일사천리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임안 통과에 무력한 지도부를 겨냥해 친윤계를 중심으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들이(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는 정권 흔들기, 정권 퇴진 운동에 불과하다”면서 “애초 합의해 줘서는 안 될 사안이었다”며 원내 지도부를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제 더 이상 민주당과는 그 어떤 협치도 그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우리는 민주당이라는 집단을 상대로 합리적 운운하는 달콤한 속삭임에 꾀여 ‘겉멋 패션 정치’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치라는 탈을 쓰고 가슴에는 칼을 품고 다니는 정치자객들”이라며 “더 당해 봐야 민주당의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권성동 의원 역시 “(국민의힘이) 정쟁용 낚시의 미끼가 됐다”며 지도부를 정조준 했다. 그는 “민주당이 외친 진상 규명은 애초부터 거짓말이었다”며 “민주당의 자기 부정 행보는 이재명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를 겨냥한 당내 비판은 의원총회에서 정해진 국정조사 불수용 방침을 뒤집고 ‘조건부 수용’으로 방향을 틀어 현재 정국을 야기했다는 불만에서 비롯되고 있다.
앞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기 위한 본회의 투표장에서도 장제원·윤한홍·이용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의힘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나온 불수용 결론을 뒤집고 민주당과 합의를 하더니 결국 남는 게 하나도 없게 됐다”고 지적했고 다른 중진 의원은 “초·재선뿐만 아니라 중진의원들도 간담회를 통해 국조를 받지 말자고 했는데 해임안이 통과돼버린 상황이 납득이 되겠냐”고 비판했다.
물론 예산안이 남아 있고 국정조사도 야당의 독무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당내에서는 ‘그래도 주호영’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5선에 원내대표만 세 차례를 맡아 협상력에서 인정을 받는 주 원내대표를 당 스스로 흠집 내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다.
주 원내대표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윤석열 정부 첫 예산을 지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단독 예산안이 또 무력하게 통과된다면 잡음이 커질 수 있지만 아직은 협상 중인 단계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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