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서방을 향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미국은 선제 타격의 개념이 있고, 무장해제 타격(상대편 핵무기 위협의 무력화를 위한 선제 공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러한 자국 안보 개념을 (러시아도) 채택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핵무기로 공격하는 나라는 전멸할 것”이라는 으름장도 이어졌다.
이날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가장 앞선 핵무기들을 갖고 있지만 이들을 휘두르고 싶지는 않다"고 경고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CNN방송은 “러시아가 갈등 상황에서 핵무기를 먼저 쓰지 않고 반격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기존의 독트린을 변경할 수 있다는 의사를 재차 내비쳤다”고 진단했다.
서방은 높아지는 확전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거듭된 위협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핵 보유국들은 도발적 행동을 피하고 확산 위험을 낮추며 핵전쟁을 방지할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전황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며 "(러시아와 나토 사이) 전면전 가능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유럽 내 본격적인 전쟁으로 번질 충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가 이란산 무인항공기(드론) 공습을 재개하며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일대가 단전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막심 마르첸코 오데사 주지사는 전날 러시아 군이 전력 시설 두 곳과 민간 거주지 등에 폭격을 가해 "거의 모든 구역의 전기가 끊겼다"고 전했다. 공습에 사용된 무기는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뜸해지면서 8월 중 이란에서 수입한 드론이 모두 소진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격이 재개됐다며 “드론이 전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러시아가 이란과의 방위 협력을 강화함에 따라 무기 재고를 보충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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