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의 쾌거를 이룬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이 조국 포르투갈로 돌아간다.
12일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이 13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행 항공편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바이를 거쳐 포르투갈로 향하는 일정이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49)를 포함해 ‘벤투 사단’으로 불렸던 4명의 포르투갈 코치도 함께 돌아간다.
2018년 8월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벤투 감독은 단일 임기 기준 최장수 사령탑이다. 그는 4년 4개월간 총 57경기를 치르면서 35승 13무 9패, 승률 61.1%의 기록을 남겼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기록한 승률 70%(7승 2무 1패)는 역대 대표팀 감독 2위의 기록이다. 수비진에서부터 패스를 전개해 나가며 최대한 높은 공 점유율을 유지하는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한국 축구에 이식해 거둔 성과였다.
벤투 감독은 16강 브라질전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 감독직 재계약을 안 하기로 했다. 선수들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내 결정을 말했다. 결정은 이미 지난 9월에 이뤄졌다” 며 거절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재계약이 불발된 배경에는 ‘계약기간’을 놓고 대한축구협회와 이견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거주했다. 4년여의 한국 생활 동안 일산 신도시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벨라시타, 밤가시마을,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등에서 자주 포착돼 ‘일산 인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주민들로부터 사인과 사진 촬영 등 부탁을 받으면 귀찮은 내색 없이 웃으며 응했다는 미담이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가 거주한 아파트 곳곳에 이웃들이 걸어둔 현수막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현수막에는 ‘벤투 감독님, 코치님. 고생 많으셨다’, ‘우리와 함께한 모든 기억이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 ‘벤투 감독님, 감독님의 이웃이어서 자랑스럽다’ 등의 문구가 한국어와 포르투갈어로 적혀 있었다.
출국을 하루 앞둔 12일, 벤투 감독은 마지막까지 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영국 축구매체 풋볼데일리와 가진 화상인터뷰에서 “손흥민은 누구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헌신했고 고생했다”며 월드컵 기간 중 부상 투혼을 펼친 손흥민(30·토트넘)에 박수를 보냈다.
중국 이적설 등이 나오는 가운데 벤투 감독의 차기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포르투갈로 돌아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향후 거취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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