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얻은 재산을 은닉한 측근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장동 핵심 인물인 김 씨가 자신의 주변으로까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극단 선택’을 시도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이 김 씨 측근들의 신병 확보를 통해 화천대유에서 흘러나온 ‘검은돈’의 종착지를 쫓을 방침인 가운데 김 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법정이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꿀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이날 김 씨의 범죄 수익 은닉 혐의로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 최우향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김 씨의 지시를 받고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수표로 인출해 숨기거나 허위 회계 처리해 차명으로 수원 지역의 땅을 사들이는 등 260억 원 규모를 관리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와 최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은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김상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김 씨가 2019~2020년 천화동인 1호에서 빌린 473억 원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범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수사 기관의 추징 보전이나 압류 등을 피하려고 이같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13일 두 사람을 체포하고 김 씨의 범죄 수익 은닉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정 모 변호사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또 이튿날에는 정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씨는 검찰의 수사가 ‘대장동 일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향할 수 있는 ‘키맨’으로 꼽히는데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대장동팀의 일원인 남욱 변호사는 법정에서 “김 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의혹의 정점은 이 대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 씨가 “천화동인 1호(지분)는 내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검찰은 입을 굳게 다문 김 씨가 아닌 주변 인물을 압박해 ‘우회로’를 뚫는 수사 방식을 선택했다. 두 사람이 이 대표와도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통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출신이다. 최 씨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쌍방울그룹에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표이사와 부회장 등을 지냈다. 특히 최 씨의 경우 2020년 2월~2021년 3월 천화동인 1호에서 총 80억 원을 받아 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씨의 지시로 대장동 개발 이익이 최 씨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돈세탁’을 거쳐 이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김 씨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이 입을 연다면 ‘김만배-이한성-이화영-이재명’ 내지 ‘김만배-최우향-김성태-이재명’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퍼즐이 맞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자 김 씨는 전일 오전 2시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 주차된 차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찌르는 자해를 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지인들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자 심리적으로 큰 압박감을 받아 극단 선택을 저지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 씨의 법정 및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