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면 아토피피부염을 가진 환자들은 더욱 괴롭다. 겨울철 차갑고 건조한 대기가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 증상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실내 난방기기 사용이 잦아지는 것도 증상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병원 문을 두드리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런데 유산균의 도움을 받아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알레르기 호흡기 연구팀이 유산균을 무기로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 극복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해내는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김지현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지난 8월 롯데중앙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비피도박테리움 롱검균(KACC 91563)' 연구가 알레르기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와 천식, 면역연구(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고 15일 밝혔다.
비피도박테리움 롱검균은 건강한 한국인 신생아 장에서 찾아낸 유산균으로, 흔히 비피더스균이라 불린다. 김 교수팀은 비피더스균이 피부의 보호 효과를 약화하는 피부장벽 기능장애를 완화하고, 아토피피부염 관련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갈락토올리고당과 같이 유산균의 활동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와 병용할 때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도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김치 유래 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럼(CJLP133)' 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락토바실루스 플란타럼의 효과를 규명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안강모 소아청소년가 국제 학술지 '유용한 미생물(Beneficial Microbes);에 김치 유래 유산균을 복용 12주만에 아토피피부염 중증도를 나타내는 SCORAD 지수가 29.5점에서 16.4점으로 44% 가량 낮아졌다고 보고했다. SCORAD 지수는 25점을 기준으로 증상의 경중이 나뉜다. 김치 유래 유산균의 도움으로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중증에서 경미한 수준으로 개선됐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식품알레르기에서 경구면역요법을 돕는 유산균의 역할에도 조목하고 있다. 경구면역요법이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의 섭취량을 조금씩 늘려 적응시켜 가는 방식을 말한다. 계란이나 우유 등 어린이들이 피하기 어려운 식품들을 먹더라도 알레르기 반응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치료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유산균을 활용한 경구면역요법으로 230여 명의 소아 환자들을 치료했다. 지난해 안 교수와 김 교수가 ‘알레르기와 천식, 면역연구’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의 93.8%가 경구면역요법을 통해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존 경구면역요법에 유산균을 더했을 때 알레르기 반응 감소 효과가 커질 것로 기대하고 있다.
김지현 교수는 “유산균을 이용한 경구면역요법은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새로운 분야”라며 “아토피피부염은 물론 식품알레르기로부터 환자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연구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안강모 교수는 “아토피피부염과 알레르기질환은 꾸준한 치료와 더불어 가족과 사회의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극복할 수 있다”며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들을 보듬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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