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일 노동조합의 회계 감사를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데 비해 회계 투명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노조도 일반 기업처럼 외부 회계 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1987년 민주화 이래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조직적 성장을 거듭하며 중요한 사회정치 세력이 됐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노동조합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은 높은 사회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사실상 외부 감사의 눈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경우 조합원이 113만 명에 이르고 연간 조합비가 17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민노총 본부 예산만 2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노조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거액의 돈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상황이 이런 것은) 노동조합의 회계투명성에 관한 현행법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률을 정비해 노동조합의 회계가 정부나 외부 독립 회계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해외 사례를 들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개선의 시급성을 부각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미국의 경우 노동조합이나 노동조합 간부가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와 관련해 주식·채권·증권 거래를 할 경우 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영국은 노동조합 회계를 행정관청에 연례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노조원에게 그 정보를 공개한다. 일본 역시 노조법을 통해 매년 최소 1회 이상 조합원에게 회계 정보를 알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비조차 투명하게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면 (노동조합 활동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투명한 회계관리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개정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팔을 걷어부쳤다. 하 의원은 이날 노동조합의 회계 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현행 노동조합 회계 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며 “노동조합의 깜깜이 회계제도가 개선되면 노동조합의 자치권과 단결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노동조합의 회계감사원을 공인회계사법에 따른 회계법인이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감사반으로 한정하는 조항이 담겼다. 외부 회계 감사 전문가에게 회계 업무를 맡기라는 취지다.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결성된 노동조합의 경우 매년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회계 규정을 위반했을때 처벌 규정도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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