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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가구 '거실' 훔쳐 본 그놈…잡고 보니 보안전문가

경찰, 내사 착수 1년여만에

전과 2범 보안전문가 체포

사생활 영상·사진 40만장 등

해외 사이트 판매 혐의 수사

위 이미지는 기사와 무관함. 이미지투데이




지난해 11월 국내 아파트 내부를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물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무더기로 올라왔다. 이 영상들은 이 모 씨가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 카메라를 해킹해 확보한 것이었다. 월패드는 아파트 내 벽면에 부착돼 방범·방재·조명제어 등을 할 수 있는 태블릿 기기로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영상에는 일상적 생활 모습은 물론 남녀의 알몸 사진과 성관계 영상 등까지 포함돼 아파트 입주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이 씨를 14일 체포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이 지난해 11월 이른바 ‘월패드 사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다. 이 씨는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월패드 카메라를 해킹해 불법으로 확보한 영상물을 무더기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현재 이 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의 범죄 행각으로 사생활 침해 등을 받은 아파트 세대는 전국적으로 40만 4847가구에 달한다. 경찰은 월패드 16개에서 촬영한 영상 213개와 사진 약 40만 장을 확보했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전국 638개 아파트의 월패드를 중앙 관리하는 서버와 각 세대 월패드를 해킹해 얻은 불법 촬영물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판매하려 했다. 다만 경찰은 영상이 실제 판매되거나 제3자에게 전달됐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월패드 보안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 해킹해 영상을 외부에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식당과 숙박업소 등 사람들이 많은 다중이용시설 등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해킹해 범죄에 악용했다. 그는 또 실명 인증이 필요 없는 해외 보안 e메일 및 파일 공유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경찰청


경찰은 알몸·성관계 등 장면이 촬영된 영상물이 포함된 만큼 이 씨를 성범죄 등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규봉 사이버테러수사대장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16일 기각돼 보강 수사 중”이라며 “판매 목적 등을 더 면밀히 수사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해킹 및 디도스(DDos) 공격과 관련한 전과 2범이다. 고등학교 때 보안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력이 있다. 또 대학교에서도 정보보호학을 전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범행 전 보안 전문가로 한 언론에서 아파트 중앙 관리 서버와 거실에 있는 월패드 해킹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월패드 제조 업체는 물론, 아파트 중앙 관리 서버 업체와 세대 내 이용자가 각각의 보안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히 다중이용시설의 무선공유기 역시 관리자 계정, 와이파이(WiFi) 비밀번호 재설정 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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